어떤 정책이든 장단점이 있고 대부분의 사안이 복잡다단해 한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은 경향을 고려할 때 무자격 교장공모제가 얼마나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교육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아닐 수 없다.
무자격 교장공모제는 2007년부터 교육현장에 시범도입된 것으로, 교장 자격증이 없어도 15년 경력만 있으면 교사도 바로 교장으로 임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문제는 이 제도가 능력 있는 교사를 교장으로 발탁하겠다는 교육부의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교육부가 이 제도를 100% 확대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그동안 성실히 가르치고 묵묵히 궂은 일도 도맡아 온 대다수 교육자의 꿈과 희망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것이다. 교직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기에 고도의 전문성과 뛰어난 능력이 필요하며, 특히 교장은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학교 경영 능력까지 요구된다는 점에서 오랜 기간의 근무와 지속적인 연구ㆍ연수, 그리고 다양한 보직경험 등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단지 15년된 교사를 서류와 면접으로 단번에 교장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많은 교육자의 이같은 헌신과 노력을 무시하고 교육인사 제도를 한순간에 깨뜨리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무자격 교장공모제를 찬성하는 단체에서조차 인정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확대하겠다고 나섰다.
교육현장의 대다수 교육자의 목소리와 무자격 교장공모제의 실상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이처럼 성장ㆍ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어렵고 힘들더라도 낙도와 산간오지 학교도 마다하지 않으며 묵묵히 교육현장을 지켜온 선생님들의 헌신과 봉사, 희생이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긴 시간 쌓은 전문적 경륜과 폭넓은 지혜, 높은 경영능력으로 교장이 되는 것은 가장 공정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교육부는 이런 문제점과 교육현장의 큰 목소리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될 것이며, 무자격 교장공모제의 전면 확대를 재고하는 것은 '소통하는 교육부가 되겠다'는 김상곤 사회부총리의 신년사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행여 최근 잦은 정책 번복에 따른 비난이 두려워 이를 주저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 돌아갈 것이며, 중앙정부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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