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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야기] 까다로운 와인의 온도

최종수정 2018.01.12 09:26 기사입력 2018.01.12 09:26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와인을 마실 때는 와인이 적당한 온도로 돼 있는지 상당히 따지게 된다. 왜 이렇게까지 까다롭게 굴까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사실 우리는 모든 음식을 먹을 때 그에 맞는 적당한 온도를 유지해야 맛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의식하지 않을 뿐이다. 차디찬 삼계탕은 맛이 없고 맥주나 콜라는 차게, 커피나 차는 뜨거워야 맛있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온도가 음료의 맛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더욱 예민한 맛을 지닌 와인의 적정 온도를 지키는 일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래서 적절한 온도의 와인을 서비스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고급 와인은 마실 때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화이트 와인의 온도가 너무 높으면 맛에 생동감이 없어지면서 밋밋하고 무덤덤하게 느껴지고, 레드와인이 너무 차면 전체적으로 텁텁한 맛이 거칠어진다. 일반적으로 와인의 온도가 낮으면 신선하고 생동감 있는 맛이 생기며, 신맛이 예민하게 느껴지고 쓴맛ㆍ떫은맛이 강해진다. 반면 온도가 높으면 와인의 향을 더 느낄 수 있으며 숙성감이나 복합성, 단맛이 강해지고, 신맛은 부드럽게, 쓴맛ㆍ떫은맛은 상쾌하게 느껴지는 한편 섬세한 맛은 사라진다. 그러므로 와인의 온도는 에티켓에 관한 사항이 아니고 실질적인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보통 화이트 와인은 7~15도, 레드와인은 15~20도, 샴페인은 10도 이하의 온도로 마셔야 한다고 하지만 정해진 법칙은 아니다. 대체적으로 타닌 함량이 많은 떫은 와인일수록 마시는 온도가 높아진다. 보졸레나 루아르 같은 가벼운 레드와인을 차게 마실 수 있으며, 또 주변 기온에 따라 온도 감각이 달라지므로 더운 여름에는 화이트, 레드 모두 차게 마실 수도 있다. 또한 와인을 감정하기 위한 테이스팅(Tasting)을 할 때는 온도가 너무 낮으면 향을 느끼지 못하므로 화이트 와인도 차게 해서 맛을 보지는 않는다. 그래서 요즘은 고급 화이트 와인을 차게 해서 마시지 않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이렇게 와인의 맛에 온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들 인식하면서도 와인의 운반이나 보관은 아직도 수준 이하다. 그동안 많은 와인이 아무런 장치 없이 장기간 항해를 거치면서 높은 온도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유럽의 와인은 인도양을 거쳐 적도를 통과해야 했으므로 컨테이너가 가장 위에 실릴 경우 열대의 뜨거운 햇볕을 고스란히 받고, 국내에 도착해도 보온이 안 되는 창고에서 긴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다 숍이나 레스토랑에 오게 되면 당연히 현지에서 마신 것과 맛이 다르다는 불평이 나올 수밖에 없었고, 수명이 짧은 화이트 와인이나 로제는 맛이 변해 버린 다음이 될 수밖에 없다. 와인은 '살아있는 술'이라고들 말한다. 이 말은 와인에도 수명이 있다는 뜻이다. 다만 와인의 종류에 따라 그 수명이 긴 것도 있고, 짧은 것도 있지만 와인이 높은 온도에 있다는 것은 기하급수적으로 수명이 단축된다는 이야기다.

와인은 온도가 낮은 곳에서 일정한 상태로 보관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수입업자나 판매상들이 이를 지키지 않는데 소비자들이 비싼 와인 냉장고를 구입해서 와인을 보관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마실 때는 화이트는 몇 도, 레드는 몇 도가 좋다는 등 호들갑을 떨면서 운반이나 저장을 할 때는 '나 몰라라' 한다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좋은 와인은 포도 재배, 양조 과정도 중요하지만 그 명성을 지키려면 소비자의 입에 들어갈 때까지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수적이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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