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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고려사의 혼돈, 두 개의 압록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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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한택 인하대학교 고조선연구소 연구교수.

윤한택 인하대학교 고조선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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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에서는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상징되는 역사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동북아역사재단을 설립해 대응했지만 시원치 못하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시민사회에서 10여년 전부터 계속 제기됐던 조선총독부에서 편찬한 '조선사'에 대한 정밀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받아들여져 연구가 진행중이다.

정밀 검토를 시작한지 2년도 안돼 '조선사'에서 한국사의 허리 부분이라고 볼 수 있는 고려시대의 국경선 문제를 왜곡한 것이 발견됐다. 압록강이라는 강 이름을 교묘하게 활용해 고려의 영토를 줄여버린 것이다. 총독부의 눈에 일본의 식민지에 불과한 조선이 고려시대 만주를 호령한 역사는 불편했다.
고려와 국경을 맞대고 있던 거란ㆍ여진ㆍ몽고의 역사서 '요사'ㆍ'금사'ㆍ'원사'에서 국경분쟁과 관련해 등장하는 강 이름 중에 압록강(鴨?江, 맑은 압록강)이 있다. 이 강은 현재 중국 요녕성을 남북으로 흐르는 요하를 말한다. 그리고 '고려사'에서도 압록강(鴨綠江, 푸른 압록강)이 나오는데 이 강은 현재 북한과 중국의 국경선인 압록강이다. 이 두 압록강이 같은 '록'자를 쓰지만 '?','綠'으로 엄연히 다른 글자다. 중국어 발음도 뜻도 다르다. 일본의 학자들은 이런 차이를 무시하고 '압록'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모두 현재 북한의 압록강으로 해석해 고려의 영토를 한반도 안으로 축소한 것이다. 일본 학자들의 이런 왜곡은 비전문가들은 쉽게 찾기 어려운 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었다. 이 결과 우리 국민들이 지난 70년간 교과서에 배운 고려의 국경선은 현재 압록강 하구에서 원산만 사이로 후퇴하게 된 것이다.

'고려사'와 '요사'의 공식기록을 정밀하게 고찰하면 이 사실은 너무나 명약관화하다. 거란과 국경선이었던 맑은 압록강의 거점 도시는 보주(保州)였고 공식 사서에 의주방어사가 관할했다고 기록돼 있다. 후방방어선이었던 푸른 압록강의 인접 도시는 의주(義州)였으며 요하에서 약 200km 떨어져 있다. 고려의 서북 국경선은 고려 전체 시기를 통하여 변함없이 요서지역의 맑은 압록강이었지만 국제 정세에 따라 약간의 변화는 있었다.

중국 25사(史)에도 포함된 공식 역사서 '요사'에 기록된 내용을 보자. 1084년 국경선인 맑은 압록강(요하) 연안의 요나라 수비병의 규모는 1부, 1주, 2성, 70보, 8영에 합계 정병 2만 2000명이었다. 거란족의 요나라가 고려와 맞댄 국경선을 지키기 위한 상당한 규모의 최전방 부대였다. 이 부대와 대치한 고려측의 방어시설이 고려 천리장성인데 양국간에 이 성을 빼앗고 빼앗기는 상황이 계속됐다. 그러면서 고려는 이 천리장성 방어선이 무너질 것을 대비해 후방에 또 다른 방어선을 설치했는데 이것이 바로 현재 압록강이다.
이렇게 국경선인 맑은 압록강 거점(보주)와 후방방어선인 푸른 압록강 거점(의주)는 전혀 다른 도시다. 일제의 왜곡으로 서희가 개척한 강동 6주, 유소가 축조한 북경장성(천리장성), 태조 왕건이 설치한 서경 모두 한반도에 위치하는 비운을 맞게 됐다. 그리고 압록강ㆍ두만강 안쪽 만이 우리 한국사의 주 영역이라는 소위 식민사관이 형성됐다. 지금도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에 끼어 있으므로 외세에 의존적인 타율성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는 역사관이 심어지는 과정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일제에 의해 왜곡된 한국사를 바로잡기를 요구하고 있다. 역사학의 본질 중의 하나가 공동체 장점의 계승 발전이다. 고려의 역사를 돌이키면 그 어느 왕조보다도 그들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했다. 고려의 자존심을 지금 되새겨볼 때다.

윤한택 인하대학교 고조선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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