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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야기]병 밑에 가라앉은 이 찌꺼기는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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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증가로 생긴 침전물 '주석'
발효과정에서 많이 생기지만
완성된 와인에서도 조금씩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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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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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크를 따면 안쪽에 반짝이는 물질이 묻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와인 병 밑에 가라앉은 찌꺼기도 있다. 이를 주석(酒石)이라고 부른다. 주석산(Tartaric acid)과 칼륨이 결합해 생긴 물질이어서 주석산염이라고 부르지만 그냥 짧게 '주석'이라고 하면 된다. 국어사전에도 주석이란 '포도주를 만들 때 알코올이 증가함에 따라 침전해 생기는 물질. 불순한 산성 주석산칼리가 주성분으로 주석산의 제조 원료가 됨'이라고 쓰여 있다. 참고로 염이란 산과 알칼리가 반응해 생기는 물질을 말한다.
포도에는 여러 가지 산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산이 주석산이다. 이 주석산은 포도에만 존재하는 특이한 것으로 온대지방의 다른 과일에는 없는 것이다. 이것이 칼륨이나 칼슘과 결합하고 침전을 형성해 점점 커져서 와인 병에 모래 같은 입자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주석은 꼭 와인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포도주스를 만들 때도 엄청난 양이 나온다. 왜냐면 포도주스에는 이 물질이 과포화상태, 즉 원래 녹아있어야 할 양보다 더 많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간의 충격만 있으면 쉽게 입자가 생성돼 점점 커진다.

이 주석은 물에는 그런대로 많은 양이 녹아있을 수 있지만, 알코올에는 잘 녹지 않기 때문에 알코올이 생성되는 발효가 끝나면 이스트 찌꺼기와 함께 많은 양이 가라앉게 된다. 그리고 완성된 와인에서도 조금씩 끊임없이 주석 입자가 가라앉는다. 어느 정도 안정 기간을 거치지 않고 와인을 바로 병에 넣으면 병 안에서 많이 생긴다. 또 와인을 탱크에 오래 저장하면 누룽지 모양으로 탱크 코너 부분에 부착되기도 한다. 조심스럽게 떼어내면 레드와인의 경우는 자수정 같이 예쁜 색깔로 장식용으로 쓸 만한 모양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 주석은 와인의 색깔에 따라서 레드와인은 검붉은색, 화이트와인은 누런색을 보인다. 병에 들어가서는 레드와인은 잘 안보이지만, 화이트와인은 맑은 결정으로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와인의 꽃'이라는 표현도 사용한다. 이것이 몸에 해롭지 않다고는 하지만 와인 마실 때 좋지 않은 감촉을 유발하므로 와인을 만드는 사람은 될 수 있는 한 이것을 완벽하게 제거해야 한다. 또 이 주석은 한번 결정이 되면 물에 잘 녹지 않기 때문에 우리 몸에 들어가면 돌이나 모래를 삼키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이 주석을 제거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지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냉동이다. 이 주석은 온도가 낮으면 더 잘 생기기 때문에, 일부러 온도를 낮춰 많이 생성되도록 유도해 제거하는 것이다. 옛날에는 한겨울을 지나면서 저장탱크의 온도가 떨어져 자연히 이 상황을 유도할 수 있었다. 그때는 와인을 주로 오크통 단위로 운반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지만 와인을 병에 넣어 운반하면서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냉동으로 제거하는 방법은 와인이 얼지 않을 정도의 가장 낮은 온도에서 수주일 이상 둔 다음, 온도가 올라가기 전에 여과해 가라앉은 주석을 제거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것도 완벽한 방법은 아니다. 와인을 아주 오래 보관하면 서서히 또 생긴다. 그래서 오래된 와인을 따보면 코르크에 반짝반짝하는 주석입자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병 아래쪽에 많은 양이 가라앉아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디캔팅이라는 방법으로 이 침전물을 제거하고 와인을 마시는 것이다.

완벽한 제거는 시간밖에 없다. 와인을 만드는 사람은 이 주석이 아무리 몸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없애는 것이 상도덕이다. 샴페인도 찌꺼기를 제거하기 위해서 병을 돌리고 냉동시키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와인에는 맛이나 영양도 중요하지만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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