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과정에서 많이 생기지만
완성된 와인에서도 조금씩 생성
코르크를 따면 안쪽에 반짝이는 물질이 묻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와인 병 밑에 가라앉은 찌꺼기도 있다. 이를 주석(酒石)이라고 부른다. 주석산(Tartaric acid)과 칼륨이 결합해 생긴 물질이어서 주석산염이라고 부르지만 그냥 짧게 '주석'이라고 하면 된다. 국어사전에도 주석이란 '포도주를 만들 때 알코올이 증가함에 따라 침전해 생기는 물질. 불순한 산성 주석산칼리가 주성분으로 주석산의 제조 원료가 됨'이라고 쓰여 있다. 참고로 염이란 산과 알칼리가 반응해 생기는 물질을 말한다.
이 주석은 물에는 그런대로 많은 양이 녹아있을 수 있지만, 알코올에는 잘 녹지 않기 때문에 알코올이 생성되는 발효가 끝나면 이스트 찌꺼기와 함께 많은 양이 가라앉게 된다. 그리고 완성된 와인에서도 조금씩 끊임없이 주석 입자가 가라앉는다. 어느 정도 안정 기간을 거치지 않고 와인을 바로 병에 넣으면 병 안에서 많이 생긴다. 또 와인을 탱크에 오래 저장하면 누룽지 모양으로 탱크 코너 부분에 부착되기도 한다. 조심스럽게 떼어내면 레드와인의 경우는 자수정 같이 예쁜 색깔로 장식용으로 쓸 만한 모양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니까 이 주석은 와인의 색깔에 따라서 레드와인은 검붉은색, 화이트와인은 누런색을 보인다. 병에 들어가서는 레드와인은 잘 안보이지만, 화이트와인은 맑은 결정으로 아름답게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와인의 꽃'이라는 표현도 사용한다. 이것이 몸에 해롭지 않다고는 하지만 와인 마실 때 좋지 않은 감촉을 유발하므로 와인을 만드는 사람은 될 수 있는 한 이것을 완벽하게 제거해야 한다. 또 이 주석은 한번 결정이 되면 물에 잘 녹지 않기 때문에 우리 몸에 들어가면 돌이나 모래를 삼키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냉동으로 제거하는 방법은 와인이 얼지 않을 정도의 가장 낮은 온도에서 수주일 이상 둔 다음, 온도가 올라가기 전에 여과해 가라앉은 주석을 제거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것도 완벽한 방법은 아니다. 와인을 아주 오래 보관하면 서서히 또 생긴다. 그래서 오래된 와인을 따보면 코르크에 반짝반짝하는 주석입자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병 아래쪽에 많은 양이 가라앉아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디캔팅이라는 방법으로 이 침전물을 제거하고 와인을 마시는 것이다.
완벽한 제거는 시간밖에 없다. 와인을 만드는 사람은 이 주석이 아무리 몸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없애는 것이 상도덕이다. 샴페인도 찌꺼기를 제거하기 위해서 병을 돌리고 냉동시키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와인에는 맛이나 영양도 중요하지만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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