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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4차 산업혁명, 용어가 중요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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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원장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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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대부분의 세미나 제목에 이 용어가 들어가고, 모든 회의에서도 4차 산업혁명을 서두로 논의를 시작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만든 클라우스 슈밥의 책이 가장 많이 팔린 곳이 한국이란다.

4차 산업혁명이란 무엇일까. 이런 용어가 학계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인정되고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일까. 관심있는 용어를 등록하면 그 용어가 언론에 나타날 때마다 알려주는 구글 서비스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영어로 등록하고 연락을 기다렸으나 소식이 없다. 며칠전 연락이 왔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열어보니 국내에서 발간되는 영자신문 기사였다. 4차 산업혁명이란 우리 언론에는 많이 등장하는 용어이지만 선진국에서는 쓰이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의부터 모호하다. 혹자는 독일의 스마트공장 국가 프로젝트인 'Industrie 4.0'과 혼동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4차산업의 출현으로 이해하고는 4차산업이 무엇이냐고 묻는 분도 있다. 6년 전에 3차 산업혁명이 시작된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벌써 4차 산업혁명이라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제러미 리프킨은 통신기술과 신재생에너지 기술로 3차 산업혁명이 열린다고 2011년 주장했다. 클라우스 슈밥은 21세기의 시작과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고 주장하면서도 이 용어와 정의에 대해 전문가들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고백하고 있다.

산업혁명이란 새로운 기술의 출현으로 새 산업들이 창출되고 경제와 사회가 급격하게 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산업혁명을 이해하려면 그 변화를 이끌어가는 기술을 이해해야 한다. 18세기 말에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19세기 중반 이후의 2차 산업혁명은 제강기술과 전기의 출현이 혁신을 이끌었다. 1950년대부터 시작된 전자, 통신,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달에 따른 디지털 혁명을 3차 산업혁명의 시작이라는 것에는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클라우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이 디지털 혁명을 기반으로 한다고 하면서 모바일 인터넷, 센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을 핵심요소 기술로 지정했다. 그렇다면 과연 모바일 인터넷, 센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이 21세기에 새로 시작된 기술일까. 기술은 혁신을 낳고, 그 혁신이 또 혁신적 기술을 낳는다. 따라서 기술의 파급은 처음엔 미미한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급상승하는 기하급수적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어느 시점 이전의 변화는 미미하고, 이후의 변화는 급격하지만 그 성격은 동일하다.
이렇게 볼 때 사이버 피지컬(Cyber-Physical) 시스템, 3D 프린터, 드론, 로봇 기술은 70년 전에 시작된 디지털 기술, 즉 컴퓨터, 반도체, 통신, 소프트웨어 기술의 기하급수적 파급 효과일 뿐이다. 요즘의 경제ㆍ사회의 변화는 새로운 산업혁명의 시작이라기보다 3차 산업혁명, 즉 디지털 혁명의 심화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얘기다. 여러 외국 연구기관들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보다는 디지털 변환(Digital Transformation), 줄여서 DX라는 용어를 즐겨 쓴다. DX 경제가 도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정치인들과 관료들은 그 본질보다는 용어에 집착한다. 개방ㆍ공유ㆍ참여의 정부2.0 시행을 정책으로 제안했더니 뜬금없이 정부3.0이란 구호를 만들어낸 것이 우리 정치권이다. 요즘의 변화를 어떤 용어로 서술하느냐가 중요하지는 않다. 본질은 그 변화를 이끄는 기술이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것이다. 20년 전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선언했던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 만들기', 그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다.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원장, KAIST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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