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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삶터] 차 한 잔 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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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진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서해진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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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과 삶에 공통으로 쓰이는 물건이 있다. 차(茶)라는 물건이다. 마시는 음료인 차를 업으로 하고 있고, 생활 속에 늘 차가 함께한다. 차는 본래 생활 음료였다. 동양에서 차는 밥과 같이 생활에서 중요했다. 지금은 어떤 차이든, 언제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사회적인 조건이 되었다. 문제는 내가 어떻게 즐길 것인가 하는 이해와 실행에 달려 있다.

일터의 연장인 한국의 차 산업은 녹록치가 않다. 그래도 차는 미래 산업을 지탱할 수 있는 기본 산업이 될 것이다. 음료는 음료인데, 사람의 몸을 자연과 친하게 할 수 있는 음료이기 때문이다.
차는 일반 음식 제조와 비슷하다. 찻잎을 따서 바로 마시기 위한 차와 오랜 세월 숙성시켜 마시려는 차로 구분됐다. 전자가 약발효에 해당하는 녹차 종류이고, 후자는 보이차와 같은 미생물발효차에 속한다. 또한 전자는 발효 정도를 중간 정도로 조정한 차(우롱차 종류)와 완전히 산화시킨 홍차로 분화 발전한다. 우롱차와 홍차가 등장한 것은 대략 400년 전 쯤이다.

홍차가 처음 등장했던 곳은 중국 황실에 차를 공납하던 푸젠성(福建省) 무이산. 이곳의 정산소종(正山小種)이라는 홍차는 17세기 유럽에 첫 선을 보인 후, 차이나 열풍의 주인공이 되었다. 영국에서 홍차는 생활음료가 되었고, 은을 주고 정산소종을 사 왔다. 재정적인 부담이 커진 영국은 다른 수를 냈고, 아편을 매개로 정산소종을 가져 왔다. 그러다 전쟁이 터졌고, 아편전쟁 이후 차 산업의 주도권도 유럽으로 넘어갔다. 영국은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인도와 스리랑카와 케냐 등지에 차나무를 심고 유럽식 홍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각성에 탁월한 효과가 있었던 커피도 유행하기 시작했다. 유럽 홍차는 전 세계 차 시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리고 커피는 세계 음료를 대표하고 있다.

최근 세계 음료 시장에 변화가 생겼다. 차의 귀환이 두드러진다. 이 현상 가운데 하나는 중국의 굴기(屈起)가 있고, 다른 하나는 커피와 콜라에 지친 소비자가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차는 산업과 문화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커피가 서구식 자본주의의 상징이라면, 현재 중국은 동양의 차를 가지고 서구 물질문명과 다른 문화적 품격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스타벅스는 티바나라는 차 체인점 사업을 시작했다. 콜라 회사들도 거대한 차원(茶園)을 조성하고 있다. 커피에 지쳐가는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움직임이다. 이제 세계 차 시장의 판도는 '삼족정립'의 형세를 보이고 있다.
이 열풍 사이에 한국과 한국인의 차도 자리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차는 역시 산업이면서 생활이고 문화이다. 21세기 한국인과 한국사회에 차는 어떤 얼굴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까? 현대사회는 개방성이 특징이고, 현대인은 개성을 강조한다. 밖으로 열고 드러내야 할 내 개성은 안으로 다져야 할 기본과 장단을 맞출 필요가 있다. 삶과 일은 내 생활의 안팎이기도 하다. 내 안팎을 이해하고 다스리는 방법이 있었다. 여기에 사용됐던 물건 가운데 하나가 차라는 사실! 이차정심(以茶靜心) 이차정신(以茶正身)! 차는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차를 가지고 몸을 바르게 할 수 있다. 차 한 잔 하세! 이 말에 담긴 속내가 본래 그것이었다.
서해진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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