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몇 달 전 뉴욕 맨해튼에서 늦은 시각 약속을 마치고 귀가하려던 때의 일이다.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열어 우버(Uber) 앱으로 기사를 부르려던 때에 함께 자리에 있던 미국인들이 아직도 우버 앱을 쓰냐고 물었다. 이 때는 각종 성추문으로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한 후였다. 사태는 일단락 된 듯 싶었지만 이미 미국인들에게 우버는 윤리적이지 않은 기업으로 낙인 찍힌 것처럼 보였다.
최근 미국에서는 페이스북 앱 삭제 운동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트위터 등 다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해시태크 'Deletefacebook'을 단 보이콧 게시물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이미 페이스북 앱을 삭제한 이들도 여럿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실리콘밸리에 근무하는 IT기업 재직자 2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사람들의 31%가 '(이번 개인정보 유출 스캔들로 인해) 페이스북을 삭제하겠다"고 답했다. 3명 중 1명꼴이다. 응답자 중에는 심지어 페이스북 직원도 포함돼 있었다.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대해 미국인들이 대응하는 방식이다.
금융권에 대해서도 보이콧은 예외는 아니다. 전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더이상 총을 만드는 제조업체들에게 대출을 해 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BoA 경영진이 총기규제와 관련해 진보적인 생각을 가졌을지도 모르지만 내막은 고객들이 진행한 보이콧때문이다. 실제로 계좌를 중단하거나 관련 카드 사용을 중지하는 보이콧 이외에 은행에 전화를 걸어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지속적으로 기업을 괴롭히는 방식이 동원됐다.
미국 소비자들의 기업에 대한 보이콧들을 지켜보며 한국의 기업들을 생각했다. 잊을 만 하면 발생하는 정보유출, 오너의 비리, 임원의 성추문, 그 때마다 보이콧이 있었고 현재도 진행 중인 것들이 있지만 아직까진 한국에선 '버티면 이긴다'는 말히 먹히는 듯 하다. 한국도 더 많은 기업들에 대한 보이콧이 이뤄지고 또 이를 통해 기업들도 한 단계 윤리적으로 성장하기를 바라 본다. '손님이 왕'이라는 말은 무리한 서비스를 요구할 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에 대한 윤리와 정당한 권리를 요구할 때 사용돼야 하는 법이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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