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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文정부 對中 외교 전략 '전문성·속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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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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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이래 중국 주재 한국 대사는 총 11명이었다. 무려 6년 4개월을 재임한 제6대 김하중 대사를 제외하면 통상적 임기 3년을 채운 대사는 한 명도 없다. 현재 재임 2년 4개월을 갓 넘긴 제11대 김장수 대사가 '장수' 대사 3위권에 들 정도다. 대사 임기의 길고 짧음을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내정한 신임 대사 부재 속에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는 이곳 베이징의 답답한 심정을 대변하고 싶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소한 중국 대사 인선에 속도를 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수교 25주년이 한중 관계 회복의 계기를 만들지 않을까 했던 교민들의 기대는 물거품이 돼 버렸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시간을 거슬러 김장수 대사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신임장을 제정하던 2015년 4월 초. 시 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새로 부임한 외국 대사 9명의 신임장을 받으면서 특별히 김장수 대사의 순서를 맨 끝으로 돌리고 30분에 가까운 시간을 할애해 '독대'했다. 극히 이례적인 일인 데다 외교 관례상 외부에 알려진 적은 없지만 시 주석이 '한국'을 얼마큼 배려했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박근혜 대통령이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을 대사로 보낸 것을 보니 중한 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는 뜻 같다"며 친근감을 표하고선 그 해 9월 열린 열병식에 박 대통령을 초대하고 싶다는 뜻을 처음 전했다고 한다. 결국 박 대통령은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올라 한중 관계에 이정표를 남겼지만 결과론적으로 패착을 둔 셈이 돼 버렸다. 후임 대사로 알려진 노영민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을 대하는 시 주석의 태도는 분명 180도 다를 것이 뻔하다.
노 전 의원의 중국 대사 내정설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부터 나돌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그레망' 절차도 시작하지 못했다. 북한이 끊임없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對)중국 외교는 뒷전으로 밀린 모습이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전화통화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양자 회담으로 이어지면서 잠깐 무르익었던 화해 분위기는 헛일이 돼버렸다. 이쯤 되니 새 정부의 대중 외교 전략이 더딘 게 아니라 애초에 미완성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중국 교민사회는 지칠 대로 지친 기색이다. 사업은 이미 엉망이 됐고 앞날도 '시계제로'다. 석 달 만에 다시 만난 한 대기업 주재원은 "수교 25주년 즈음 양국 정상이 만나 뭐라도 결과물을 내놓을 줄 알았는데 허탈하다"고 말했다. 2주 앞으로 다가온 수교 25주년은 공동 주최 관례를 깨고 중국 따로, 한국 따로 반쪽 행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측의 일방적인 불참 통보로 주중 한국 대사관이 그나마 준비한 행사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급'이 낮아졌다. 5년 전 수교 20주년 행사를 인민대회당에서 성대하게 치른 것에 비하면 초라한 현실이다.

사실 중국 대사 내정자의 전문성을 두고도 이곳에서는 뒷말이 무성하다. 문 대통령의 복심인 그가 한국 정부와는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겠지만 과연 중국 내 외교 책임자로서 제 역할을 소화할지 의문을 던지는 이가 적지 않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어도 굴러가는 시대는 이미 가버린 지 오래다.
반면 상대국의 외교력은 날로 세진다. 최근 열린 아세안 지역안보포럼 외교장관회의에서 거침없는 행보로 한·미·일 외교 파트너를 압도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외신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급을 떠나 중국을 잘 아는 사람이 (대사로) 와서 힘 빼고 부지런히 뛰었으면 좋겠다"는 한 교민의 토로가 귓가에 맴돈다. 문재인 정부의 대중 외교 전략에 전문성과 속도가 절실한 시점이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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