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자신에 대해 '나는 의지가 부족해', '나는 게을러'라고 자책하고 계시다면 좋은 소식이 있어요. 당신의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라, 도전의 의미가 부족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넉넉한 몸매로 잘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몸짱이 되서 뭐하겠어요. 먹는 즐거움이 운동하는 즐거움보다 큰데. 영어 백날 공부해서 뭐하겠어요. 외국 여행이나 출장을 갈 계획도 외국인이랑 부딪힐 일도 없는데.
저는 작년부터 지금까지 아시아경제에 쓴 칼럼을 바탕으로 책을 쓰고 있습니다. 처음 원고를 쓸때 '매일 새벽에 일어나 한 챕터씩 쓰자. 그럼 2달내로 원고를 완성할 수 있을거야'라고 생각했지만 이상하게 글이 잘 써지지 않았습니다. 컴퓨터를 켜놓고 자꾸 딴짓을 하다가 몇 달이 흘러버렸습니다.
그러다 아예 한 달 정도 원고에서 손을 떼고 한없이 게을리 지냈습니다. 평소 읽고 싶던 책도 실컷 읽고 사람들도 실컷 만나 놀았습니다. 그러다가 내가 이 책을 왜 써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칼럼을 기고해왔으니 글을 좀 더 써서 책을 내야지'라는 막연한 이유였더군요. 그러니까 글쓰는 게 일처럼 느껴졌고 거부감이 들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놀다보니 문득문득 영감이 떠오르며 내가 왜 이 책을 써야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이유를 찾았습니다. '지금 나의 가장 큰 우선순위는 아이를 갖는 것인데, 아이를 낳고 나면 내 삶이 완전히 달라질거야. 그럼 그전에 지난 12년간 내 삶과 마음의 주인이 되기 위한 고군분투 끝에 깨달은 것들을 남겨놓고 싶다' 라고 말이죠.
무엇을 하든 우리는 스스로 내면에서 '해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누가 시켜서 해야 하는 일'은 의미도, 재미도 없게 느껴지지요. 예를 들어 부모님은 아이에게 무조건 '열심히 공부하라'고 합니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야!'라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학벌에 대해 부모가 가진 콤플렉스가 클수록 아이 공부에 집착하고, 부모가 돈 때문에 고생해본 적이 있다면 아이들이 '돈 안되는 직업'을 꿈꿀 때 반대하지요.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모의 동기이지 아이의 동기는 아니기 때문에 부모가 뭐라하든 아이에게는 그저 잔소리로 들릴 뿐입니다.
김수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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