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오후 한 詩]나비 한 마리/노향림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베란다 문을 열자
나비 한 마리 날아들어 온다
한 뼘의 하늘이 얹혀 있다
다시 문 활짝 열어도
날아갈 생각을 않고
호접란 짙은 향기 속에서
미동도 없다
날개를 접어도 슬픈
날개를 안 접어도 슬픈
나비를 지키느라
한 뼘의 하늘도 꽃 속에서
제 근심을 숨기고 꼼짝 않는다
나비와 한 몸 한 뜻이라는 듯

[오후 한 詩]나비 한 마리/노향림
AD
원본보기 아이콘


■나는 가끔 시를 읽다가 이 시의 맨 처음 퍼즐 조각은 무엇이었을까에 관해 곰곰이 생각해보곤 한다. 물론 시가 비롯된 자리를 내가 알 도리는 없다. 그리고 그곳은 시에 직접 적혀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시에 그려진 장면들을 조심스럽게 하나씩 떼어내 들여다보다 보면 유독 반짝이는 조각이 하나는 있게 마련이고, 또 그 아래에는 좀 휑해 보이지만 퍼즐들이 들어설 틀이 주름 가득한 민낯으로 나를 맞바라볼 때가 있다. 이 시는 시간의 순차에 따라 쓰여 있다. 그러니 시의 첫 장면은 당연히 1-2행이다. 그러나 1-2행만으로는 시적이라고 말하기가 좀 어렵다. 3행이 더해지면서 이 시는 비로소 시가 된다. 따라서 이 시의 첫 퍼즐 조각은 "나비 한 마리"에 "한 뼘의 하늘이 얹혀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인 셈이다. 그런데 그 조각까지 들어내고 나면, 그러니까 이 시의 첫 번째 행 이전을 더듬어보면, 베란다에서 "한 뼘의 하늘"을 무연히 바라보고 있는 어떤 "슬픈" 사람이 어른거리지 않는가. 이 시는 아마도 거기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채상우 시인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뒷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