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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영역/조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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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안의 섬에 검은 새들이 앉아 있다
나무들이 허옇게 변했다

나무가 말라 가는 이유는 새 때문일까
가까이 저수지 안쪽 길 따라가 보니
나무들이
쏘아보는 눈길이 있다

새가 시끄럽게 악을 쓰는 것이
나무 때문일 것 같다

작은 섬 전체가 검은 새로 덮여 있어
흉흉하다
지나가는 사람은 생각한다
나무를 떠나면 될 것을

저수지 안의 섬, 나무가 말라 가고 있다

민물가마우지와 까마귀가 반반씩
물속의 섬을 차지하고 있다

각각의 영역 속에서 그들이 차지한
나무들을
욕망하고 있다

저수지는 새와 죽어 가는 나무의 목록을 가지고 있다

■'흉흉하다'에서 '흉(洶)' 자는 '물살이 세찬 모양'을 의미한다. 그래서 '흉흉하다'는 '물결이 세차고 물소리가 매우 시끄럽다' 혹은 '분위기가 술렁술렁하여 매우 어수선하다'라는 뜻이다. "작은 섬 전체가 검은 새로 덮여 있"으니 당연히 "흉흉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시를 읽고 있자면 그 풍경이 참 '흉(凶)'하다. 어쩌면 "욕망"이라는 단어를 점찍어 그 연원을 거칠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무채색의 세계는 좀 더 근원적인 듯하다. 검은색의 새들로 뒤덮여 말라 죽어 가고 있는 나무가 있는 저수지 속의 섬은 비유적이라기엔 극히 도저해 앙상하기 짝이 없는 우리의 어떤 내면 자체라고 말해도 무방할 듯하다. 뭉크였다면 이 시를 읽고 두 귀를 막은 '절규'에 이어 두 눈을 가린 '절규'를 그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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