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자리를 찾으며 별 얘기를 하다가
마을의 불빛을 헤아리곤 했지
불빛으로 집집을 알아맞혔지
불빛으로 촛불 호롱불 남포등을 가려냈다
불빛 얘기는 별 얘기보다 쉽고 정다웠다
눈앞을 지나가는 개똥벌레 반딧불이에서
건널목에 띄엄띄엄 푸른 도깨비 불빛
제사상 봐서 돌아오는 빠끔 담배 불빛
앞뒤로 줄 서고 어깨동무한 이웃집들 불빛
저 혼자의 외로운 외딴집 불빛
주막집의 수박등 상갓집의 조등과 모닥불까지
퇴근 늦은 가장을 수험생 자식을
기다리는 가족은
밖에서 더 잘 보이는 불빛이지
불빛 화안히 밝혀 놓은 가족이 있어
집이란 한 글자는 얼마나 포근하고 따스한가
늦지도 않은 오늘도 겨울 초저녁
깜깜한 집을 들어와 더듬어 불을 켜는
나의 오른손
을, 기다려 줘서 고맙다는 듯 쓰다듬는 왼손
혼자 살면 사람도 자웅동체 되나 봐.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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