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
10분 전의 나/김하늘
구름이 전봇대를 지나가는 정도의 시간
불현듯 떠오르는 게 나였어
눈을 감았다 뜨면 용서할 수 없는 기분이 들어
아, 나는 폐허였구나
(중략)
3분 전의 내가 와서 말을 걸었지
"그만 떠나 줄래?"
오늘을 살기에 너무 다정할 정도로
뺨을 대 보면
그 온기가 그대로 있어
그 채도가 그대로 있어
1분 전의 내가 그대로 있어
그럼 안녕,
하고 인사해 줬어야 했는데
■ 우리는 만날 때나 헤어질 때 흔히 '안녕'이라고 인사한다. 안녕의 사전적 의미는 '아무 탈 없이 편안함'이다. 그런데 한자어 '녕(寧)' 자는 '편안하다' 외에 '거상(居喪)하다' 즉 '상중(喪中)에 있다'는 뜻도 있다. 생각해 보면 참 흥미로운 일이다. '편안한 상중'이라니! 이렇게 적고 보니 왠지 슬프고 아득하다. 그리고 문득 알겠다. 왜 우리가 헤어질 때 안녕이라고 말해 놓곤 가끔 그토록 고적했었는지를. 시인은 10분 전의, 3분 전의 그리고 1분 전의 자신에게 안녕이라는 인사를 하지 못했다. 아니 실은 일부러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차마 자기 자신을 안녕 속으로 아무래도 떠나보낼 수는 없었을 것이기에 말이다.
채상우(시인)
허진석 huhba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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