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뻐꾸기는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제가 낳은 알을 품지 않고 얌체처럼 남의 둥지에 낳아 다른 새로 하여금 품어 기르게 하는 탁란(托卵)을 하기 때문이다. 최근 여러 방송에서 초고화질 화면으로 자연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내보내면서 자주 뻐꾸기의 생태를 관찰하여 방영하였다. 이를 본 시청자들은 대개 이 새를 밉살스럽게 생각한다. 특히 알에서 먼저 깬 뻐꾸기 새끼가 둥지 안에 있는 알들을 모조리 밖으로 밀어내고 오목눈이 같은 어미새가 물어오는 먹이를 독차지하는 장면을 보고 기겁한다. 이런 생태는 제 자리가 아닌 곳, 제 몫이 아닌 일을 독차지하고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우리 현실 속의 부조리를 떠올리게 하기에 시청자가 감정이입할 것이다.
새가 알을 품는 행위를 포란(抱卵)이라고 한다. '품다'는 '(사람이나 짐승이 사물을) 품속이나 가슴에 대어 안다', '(사람이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마음속에 가지다'라는 뜻이다. 무엇보다도 사랑을 나누고 확인하는 행위다. 그렇기에 뛰어난 사랑꾼 마르크 샤갈은 그토록 절절한 포옹의 순간을 그려 사랑하는 아내 벨라 로센펠트를 가슴 속에 영원히 품었을 것이다. 2012년에 나온 책 '아들에게 보내는 갈채'(책숲)에 박경태 성공회대 교수가 쓴 글이 있다. "다른 사람의 문제를 이해하고 품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아픔을 품는다는 것이겠고, 아픔을 품는다는 것은 아마도 그 아픔을 함께 느낀다는 것을 말하겠지. 아픔을 함께 느끼는 사람, 공감하는 사람, 그래서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람. 그래, 바로 그것인가보다, 함께 비를 맞고 함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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