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건을 이야기하되 한정된 공간에 많은 정보를 담으려고 함축적이고 암시적인 표현을 했다. 이 선택을 당대의 양식이 이론으로써 뒷받침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인물을 가운데 배치함으로써 작품공간에 형식적 통일성을 주고 인물의 크기를 다르게 표현해 신분의 차이를 알려준다. '나르메르 왕의 팔레트'는 이집트 회화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사람의 몸 전체를 표현할 때 머리는 항상 측면, 어깨와 몸통은 정면이다. 허리 아래는 다시 측면으로 표현한다. 고대 이집트의 미술작품들에는 밀랍으로 봉인한 시간의 일부를 들여다보듯 숨을 멈추게 하는 마성이 있다. 정면, 즉 내 쪽을 바라보는 시선과 관능적인 상반신은 순간적으로 아찔한 속도감과 두려움을 함께 느끼게 한다. 정면의 매혹 또는 공포.
정면을 바라보는 행위는 진지하게 무엇인가를 대한다는 뜻이다. 누군가 나에게 신호를 보내면 나는 우선 흘끗 그쪽을 돌아본다. 그 신호가 범상치 않은 곳에서 왔거나 그냥 지나가기 어려운 일을 지시한다면 몸을 돌려 정면으로 바라본다. 제대로 된 대화가 비로소 시작된다. 젊은 연인이 가장 아름답게 보일 때는 그들이 마주 서서 시선을 맞바꿀 때다. 오랫동안 헤어져 지낸 남녀가 긴 시간을 각기 다른 곳에서 보내고 운명의 이끎에 따라 기어이 한 곳에서 마주친다. 그들은 먼저 시선을 돌려 확인하고 그 다음 마주본다. 장만옥과 여명이 출연한 영화 '첨밀밀'의 마지막 장면. 무릇 운명이란 그토록 마주치는 일이 아니던가. 등려군이 노래한다.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
앞으로 몇 주 동안 '가슴'에 대해 쓰겠다. 심장, 곧 '마음'이 머무르는 그 곳.
문화스포츠 부국장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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