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는 곡식을 두 배로 수확하고자 할 때 경작지를 두 배로 늘린다. 우리는 벼를 두 배로 걷기를 구하며 같은 논에 정성을 두 배 들일 작정을 한다."
"밥값이야 하지 않겠는가?"
'밥값'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이런 표현이 외국에도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의 '밥'은 서양의 빵과 같지 않다. '밥'을 소재로 삼아 쓴 수많은 시들이 그 남다름을 증언한다. 밥이 남다른 만큼 시도 남다른지는 모르겠다. 시인이 밥에 대해 쓸 때, '나중에 똥이 될 것을 번연히 알면서 이런 식으로 쓰나' 싶은 것도 적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밥에 대해 말하고자 할 때, 그곳에 재주가 부족함은 있을지언정 거짓은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갸륵한 정성을 모두 기울이어, 불가의 수행자들은 이렇게 비나리한다.
천지의 은혜가 스며 있고
한 톨의 곡식에도
만인의 땀과 정성과 무한한
노고의 공덕이 담겨 있습니다.
은혜로운 이 음식으로
이 몸 길러
몸과 마음 바로 하여
바르게 살겠습니다.
공양을 베푸신 임들께 감사드리며
주는 기쁨 누리는 삶이기를 서원하며
감사히 이 공양을 들겠습니다.
모름지기 쌀 한 톨에 삶의 이치가 깃들이며 솥을 데우는 것은 장작이 아니라 체온이다. 그러기에 고은은 썼다. "절하고 싶다/저녁 연기 피어오르는 먼 마을."(저녁 무렵) 한때 승려였던 시인이 지나가며 바라본 먼 마을에 파릇파릇 피어오르는 저 연기는 필시 밥을 짓는 연기일 터이다. 상상하라. 아궁이 앞에 앉은 아낙의 혼신과, 한결같은 마음으로 밥상머리에 둘러앉은 얼굴들. 그러기에 가족이 아니라 거룩한 '식구'이니라. 밥의 우주가 이러하건대, 어찌 '밥값'이 쉬우랴.
문화스포츠 부국장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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