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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경매의 목적, 낙찰이 아니라 싸게 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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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의 열기가 계속되면서 경매시장도 뜨겁다. 경매에 눈을 돌린 일반인들이 부지기수로 늘었다. 경매장에 발을 들여놓기도 힘든 경우가 많다. 열풍을 넘어 광풍이 불고 있다는 표현마저 나올 정도다. 올해 경매법정에 갔다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바다. 왜 이리 경매시장이 들끓는 것일까. 그리고 이 열기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10여년 경매와 관련한 일을 해온 입장이지만 이런 의문이 든다.

2016년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물건은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에 있는 상가다. 지난달 29일 99명이 참여했다. 3억7900만원 상가가 5억600만원 상가로 둔갑하는 데 걸린 시간은 1시간10분이면 족했다. 매각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무려 133.51%다.
경매시장이 광풍에 휩싸인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올해 부동산 시장은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한 저금리와 이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은 시장친화적 부동산정책과 맞물려 부동산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는 수도권 분양시장과 강남 재건축 아파트 열풍으로 이어졌고 그 열기는 고스란히 경매시장에 전이됐다.

상반기 법원경매 진행건수는 역대 최저수준이다. 반면 경쟁률과 매각가율 등 경매 지표는 최고 수준이다. 9월 주거용 부동산의 매각가율은 90.1%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인 2007년 3월의 매각가율과 같다. 물건당 평균 응찰자는 10.2명으로, 2015년(4.3명)과 비교하면 무려 2배 이상 늘었다.

부동산시장이 너무 앞서 나가자 정부도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다. 정부가 고삐 풀린 강남권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카드를 만지작거린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26건 중 7건이 팔렸다. 참여자는 고작 19명에 불과했고 그중 4건은 단독 응찰이다. 적어도 경매시장에서는 정부의 구두개입 효과가 나타나는 듯하다.

경매지표 중 입찰경쟁률은 부동산경기와 동행한다. 그러나 매각가율은 상승장에서는 동행하나 정부의 규제책이 나오면 1~2개월 후행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지면서 매각가율은 상승장에서 부동산 시장과 같이 움직이나 하강장에서는 더디 움직이는 것이다.
경매시장은 독립된 시장이 아니다. 부동산시장의 일부여서 시장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는다. 부동산시장의 상승세가 꺾일 경우 경매시장만의 나홀로 성장은 한계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정보가 제한적인 대부분의 경매참여자는 과거 낙찰 사례에 의존한다. 전고점인 7~8월의 낙찰 사례를 기준으로 입찰가를 산정한다.

문제는 지난 9월부터 경매시장의 우상향 곡선은 꺾였고 시장상황은 갈수록 비우호적이다. 경매시장의 경쟁률이 한 풀 꺾였음에도 참여자들은 매각가율이 경쟁률에 2개월 정도 후행함을 알지 못해 고가 낙찰 구간의 덫에 빠져 있다. 자칫 오늘의 낙찰 기쁨이 내일은 고통이 되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

경매는 '시세보다 싸게 사기'인가 아니면 '낙찰받기' 장치인가. 종종 경매의 제1덕목에 대한 논란이 일곤 한다. 올해는 더 유별나다. 낙찰받기는 부동산시장 우상향기에 그 위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악재의 출현이든, 정부의 인위적 시장개입이든 상승세가 꺾이면 매수인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전가된다.

요즘처럼 정부의 구두개입이 난무하여 불확실성이 증폭될수록 법원경매는 '시세보다 싸게 사기'가 최고의 경쟁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비록 올 경매시장에서는 '싸게 사기'라는 고유명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낙찰 받기'족이 시장을 좌지우지했더라도 말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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