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베이징과 홍콩을 오가면서 캐세이드래곤이라는 항공사를 이용했다. 평소 비행기를 탈 때마다 극한 공포를 느끼는 '포비아' 증상이 있어 낯선 항공사를 택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캐세이드래곤이 비행에 지친 나에게 준 소소한 기쁨은 바로 기내식에 함께 나온 아이스크림 한 개였다. 아이스크림을 즐기지 않지만 심신이 쇠약한 상태에서 한 스푼 떠먹은 아이스크림은 별미 중의 별미였다.
많은 사람의 공분을 산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이 그래서 더 아쉽다. 국적사 중에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은 대중에게 널리 인정받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아시아나항공 도 스스로 기내식 서비스가 경쟁사보다 월등하다고 자평해왔고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굵직한 상도 많이 받았다.
사실 기내식의 역사는 꽤 오래 됐다. 기내식은 1919년 10월11일 핸들리 페이지 수송이 런던~파리 노선에서 판매한 샌드위치가 시초다. 내년이면 100년이다. 1920년대에는 기내에 갤리(Galley·기내식을 준비하는 작은 주방)가 없어 바구니에 담아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현재 대형 항공사의 기내식은 거의 무료이지만 항공사의 방침에 따라 돈을 내고 사먹었던 적도 많다. 100년의 역사 속에 기내식도 오랜 부침을 겪었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파동은 사상 초유의 기록으로 남을 것 같다. 당장 시급한 기내식 정상화보다 더욱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사태를 지켜보는 마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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