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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우리 시대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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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유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법률에 대해 '신화'라고 얘기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질서를 유지하면서 협력하는 사회의 근간이다. "함무라비나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모두 평등이나 위계질서 같은 보편적이고 변치 않는 정의의 원리가 지배하는 현실을 상상했지만, 그런 보편적 원리가 존재하는 장소는 오직 한 곳, 사피엔스의 풍부한 상상력과 그들이 지어내어 서로 들려주는 신화 속 뿐이다."

그는 객관적이고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 그 시대마다 사람들이 만들어내고 수용하는 공통의 규범이 있을 뿐이라고 본다. '만일 귀족 남자가 평민의 눈을 멀게 하거나 뼈를 부러뜨린다면 그는 은 60세겔을 저울에 달아 피해자에게 주어야 한다' 함무라비 법전의 내용 중 하나다. 이런 시대에 살지 않아 다행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해온 것만큼이나 법도 평등과 인권이라는 가치를 향해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하지만 훌륭한 법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이를 다루고 판단하는 법관일 것이다. 중요한 판결이 있을 때면 담당 법관의 성향을 주목해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새로운 대법관 후보로 독특한 이가 제청됐다. 법원이나 검찰 출신이 아닌 재야 법조인으로 처음이다. 노동 변론만 30년째 해 온 김선수 변호사다. 1985년 제27회 사법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독재가 짓누르고 있을 때였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노동변호사의 길로 들어섰다.

대형 로펌 대신 고(故) 조영래 변호사의 남대문합동법률사무소에 몸담았다. 당시 조 변호사는 권인숙씨 성고문 사건 등을 변론하면서 대표적 인권변호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김 변호사도 구로공단 등에서의 갖가지 노동 사건을 변론했다. 민변의 ‘막내’로 참여했고 그후 노동위원장과 사무총장을 거쳐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사법이라는 영역 자체가 사회적 소수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에 본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수는 사법이 개입하지 않아도 자기들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는 구조가 있죠. 하지만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가 권리를 제대로 지킬 수 있으려면 사법이 제대로 역할을 해줘야 가능한 겁니다. 이걸 잊으면 안 되겠죠.” 과거 인터뷰에서 그가 했던 말이다.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신화', 이를 통해 약자의 권리가 보장되고 행복에 힘을 보태는 사법부가 되는 데 일조하기를 바란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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