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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미투와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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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자살은 죄악인가, 용기인가, 아니면 도피인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지낸 이병욱 한빛마음연구소장이 저서 '자살의 역사'를 통해 던진 물음표다.

국내에서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된 이후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의 자살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배우 겸 교수 조민기씨에 이어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A교수가 미투 운동 확산 분위기 속에 죽음을 택하면서 사회가 동요하고 있다.
여전히 여론은 가해자가 죽는다고 해서 죄가 사라지지는 않으며 피해자의 고통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자살이 미투운동의 확산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죽음은 그 자체만으로 사람을 숙연하게 하는 게 사실이다. 가해자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도 자살로 고인이 된 가해자의 이름을 꺼내기 꺼려한다. 수사도 대부분 종결된다. 현행법상으로 고인에게 더 이상 죄를 묻긴 어렵다. 일각에서는 미투운동 방식에 문제 제기를 한다. 마녀사냥식 사회적 분위기는 가해자가 법적 책임을 지고 용서를 빌기도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게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안타깝게도 대통령까지 자살한 나라다. 유달리 자살이 많은 국가로 13년째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는 1만3000여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는데 하루 평균 36명, 40분마다 한 명꼴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자살의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사회적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벌어지는 사회 고위층, 유명인의 자살은 일생 쌓아올린 도덕적 이미지에 흠집이 가는 상황을 좀처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동양인들이 수치심과 모멸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자살을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 권리로 인식하지만 과거에는 이렇지 않았다. 기독교 문화가 지배했던 중세 유럽에서 자살은 육체와 영혼을 모두 죽이는 '이중 살인'으로 여겨졌으며 신성모독 못지않은 무거운 죄악이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살이 삶과 죽음을 선택하는 개인의 권리이든, 신성모독 못지않은 무거운 죄악이든 관계없이 죽음에도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자살은 용서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일 뿐 죄를 결코 사라지게 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자살이 미투 운동의 기다란 기차가 향하는 종착역이 아니길 바란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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