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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성 스캔들로 얼룩진 옥스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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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한 끼의 식사는 권력이 됐다. 생사를 오가는 참혹한 구호현장에서 원조를 대가로 한 성매수 비행이 만연했음을 드러낸 옥스팜 사태는 모두에게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헐벗고 굶주린 이들의 절박함을 이용해 인권을 유린해왔다는 점에서 성매수를 가장한 성폭력이라는 비판마저 잇따른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어지는 폭로다. 유니세프ㆍ국제적십자위원회 등 내로라하는 국제구호단체에서조차 성폭력과 성스캔들을 고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지원이 끊길 것을 우려해 해당 국가에서조차 쉬쉬했던 참혹한 민낯이 이제서야 드러난 셈이다.
영국 최대 규모의 국제개발 비정부기구(NGO)인 옥스팜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정권 하에서 기아에 허덕이는 이들을 돕기 위해 1942년 설립됐다. 국내에서는 중고매장 '아름다운 가게'의 모델로도 알려져있다. 자발적 물품기부와 자원봉사 등 '생활 속 기부'를 이끌어내기까지 무엇보다 높은 신뢰가 바탕이 됐다. 하지만 스캔들이 공론화된 지 불과 10일만에 7000명이 정기후원을 취소하는 등 '깨진 신뢰'의 후폭풍은 거세다.

국내에서도 최근 기부ㆍ구호단체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다. 온 국민을 경악케 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이나 새희망씨앗의 횡령사건도 배경이 됐다. "당장 후원을 취소하겠다"는 지인의 전화에 옥스팜 관계자는 어떤 변명ㆍ설득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일부 지인들은 "그래서 나는 기부단체에 절대 후원을 안한다"고 말한다. '해봤자 뭐하나'라는 불신이 다른 이들과 함께 하고자하는 '위드유(With you)'의 마음을 막아선 셈이다.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한 관계자를 대신해 이야기하고 싶다. 일부 활동가의 비행이 전체의 신뢰 추락, 기부 중단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여전히 굶주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이들 구호단체들의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국의 소설가 마크 해던은 옥스팜 사태가 날로 확산되자 가디언의 칼럼을 통해 "아내와 나는 수십년간 옥스팜을 정기후원해왔다"며 "슬프고 화가 난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리고 강조했다. "나는 옥스팜에 계속 기부할 것이다. 당신도 그래야한다.(I'm going to keep giving to Oxfam, and so should you.)" 물론 옥스팜을 비롯한 모든 단체들이 이번 사태를 신뢰 회복을 위한 혹독한 개혁기회로 삼는 것이 대전제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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