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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가짜뉴스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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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가짜뉴스(Fake new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중 하나다. 자신에게 비우호적인 매체들을 가짜뉴스로 싸잡아 비난해 온 그는 급기야 '가짜뉴스 시상식'까지 개최했다. "내가 만든 단어 중 최고"라며 나름의 저작권도 주장한다.

영국의 사전출판사 콜린스는 가짜뉴스를 '2017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2016년보다 사용빈도가 무려 365% 증가했다고 한다. 신문에 이 단어가 등장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영화ㆍTV리얼리티프로그램에 데뷔하기도 이전인 1980년께지만, 지금처럼 세계적인 유행어가 되기까지 그의 공헌(?)은 인정해줘야 할 듯하다.
가짜뉴스 논란이 확대된 건 요 몇년간의 일이다. 선거를 앞둔 각국에서 온라인 상으로 검증되지 않은 허위뉴스들이 형성ㆍ유포되며 몸살을 앓았다. 2016년 미 대선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지지선언을 했다는 뉴스가 퍼진 게 일례다.

최근 들어서는 정치인이나 리더들이 곤란한 보도가 나왔을 때 책임을 회피하거나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로 바뀌고 있다.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은 로힝야족 유혈사태를 '조작된 가짜뉴스'라고 호도했고,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역시 마약용의자 사살 보도를 가짜뉴스로 격하시켰다. 지지자들은 이에 적극 호응했다.

똑같은 내용을 보고도 누군가는 '근거없는 네거티브'라고 주장하고, 다른 누군가는 '팩트 또는 합리적 의심'이라고 반박한다.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나머지는 가짜로 치부하는 것, 모든 인간에게 나타나는 이른바 '선택적 인지'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은 비슷한 성향ㆍ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접점을 확대시켜 이 같은 경향을 더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당장 포털 사이트만 띄워도 내 성향에 맞는 콘텐츠만 자동으로 제공되지 않는가. 읽고 싶은 것만 선별해 읽을 수 있는 시대다.
가짜뉴스가 위세를 떨치기까지는 분명 기성언론의 책임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각 개인의 '사고'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 됐다. 진짜와 가짜가 판치는 시대에서, 알고리즘이 고도화할수록 집단극화도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엘리 프레이저는 저서 <생각 조종자들>에서 이 같이 말한다. "내 생각과 같은 기사들만 내게 배달되고, 나와 같은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만 거주하는 소인국에서 사는 삶은 평안하다. 악마는 그 안에서 자란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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