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수전노 기질과 '쫄보'의 품성을 가진 터라, 친구 따라 강남 가지는 못했다. 서울 변두리, 오래된 아파트이긴 하지만 자가(自家)로 살고 있는 집에 큰 불만이 없었고, 생활이 복잡해지는 게 싫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주식에 손댔다가 몇 달치 월급을 날려버린 경험도 있고. 그저 대출 더 받지 않고, 저축 잘 하고, 아껴 쓰는 것을 지고지선의 가치로 여겼다. 나는 틀려먹었으니 성투 기념 참치회나 사달라는 대꾸를 A는 답답하게 여겼다.
발품, 정신에너지, 그리고 손실위험 부담이라는 공을 들인 만큼 부동산 투자는 투기가 아니라 단언하는 A. 사정이 허락할 때에 최대한 능력에 가까운 집을 사겠다는 B. 마지막 계층사다리인 부동산에 올라타고 싶은 또는 더 닿을 수 있는 값을 기다리는 것, 어느 하나 절박하지 않은 쪽은 없다.
A와 B의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사이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서민주거 안정', '실수요자 보호'를 외치는 부동산 대책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리고는 회사에서 인사발령이 났다. 명(命), 편집국 건설부동산부. A나 B를 단지 부러워하거나 안타깝다 느끼기만 할 수 없는 처지가 된 셈이다. 기사로 부동산을 대해야 하는 입장에서, 집에 대한 두 마음 어느 쪽도 쉽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부동산부 기자로 딱 일주일이 지난 오늘, 이 글을 쓴다. "좋은 기사를 쓰지 못했다면 너무 멀리서 봤기 때문"이라는 어느 선배의 말은 금과옥조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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