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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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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70년 동안 인류는 이른바 '정글의 법칙'을 깨고 '문명의 법칙'을 세웠다. "연극의 1막에 등장한 총은 3막에서 반드시 발사된다"는 체호프의 법칙도 깼다. 역사에 족적을 남긴 황제와 왕들은 예외 없이 신무기를 손에 넣으면 어떻게든 사용해보려고 했지만 종전 이후 냉전의 시기를 보내면서도 인류는 이 욕구와 욕망을 그런대로 잘 통제해왔다. 1막에 등장한 총은 아직까지 발사되지 않았다.

'호모 데우스'를 쓴 유발 하라리의 평가는 여전히 일견 유효하지만 등골 오싹한 광기를 목격한다. 북한의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세계가 인정하는 핵보유국이 되겠다며 이웃나라 하늘을 관통해 미사일을 날려 보내고 함경북도 길주군에 있는 깊은 산골짜기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6번째 핵실험을 감행했다. 조선중앙방송은 중대발표 때마다 출연한다는 '핑크레이디'를 앞세워 독재 세습자의 성과(?)를 전 세계에 전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측근들이 광기를 더했다. 북한의 폭주에 군사조치를 포함해 모든 옵션을 검토하겠다는 이야기가 백악관 주변의 인물들을 통해 흘러나왔고 무르익던 북미 대화 분위기는 순식간에 강경 기조로 돌변했다. 미국 민간 연구소에 소속된 국제문제 전문가라는 일군의 인물들도 가세해 천박한 수준의 강경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는 며칠 후 아시아 동맹국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무기 수출을 승인했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엄혹한 상황. 트럼프의 입과 김정은의 폭주에 좌지우지 되고 있는 한반도의 비극을 두고 한국 언론은 스포츠 중계 하듯 보도를 쏟아냈다. 어느 때보다 냉철하고 진중했어야 함에도 '신 냉전'을 운운하는가 하면 일부 언론은 핵전쟁 발발을 가정한 대피법, 사재기 현상을 부풀려 보도했다. 북한과 미국 사이의 갈등을 고조되던 시기 공영방송 사태를 빌미로 국회 일정 보이콧(boycott)에 나섰던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간간히 자리로 돌아와 맥락과 대상도 없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핵무장 목소리를 높였다.

"요즘 뉴스를 쫓다보면 다들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간만에 만난 지인의 한 마디는 이랬다. 여기에 1945년 7월 인류 최초의 핵폭탄 실험을 마친 후 이른바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물리학자 케네스 베인브리지가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로젝트 책임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에게 절규하듯 건 낸 말을 보탠다. "Now we're all sons of bitches."
광기는 생명에 대한 무감(無感)에서 극에 달한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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