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도 '습작'으로 여겼던 이 '스헤베닝언 해변'이 유명해진 것은 2002년이다.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에 걸려 있다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누에넨 교회'라는 작품과 함께 도둑맞았다. 도둑들은 지붕을 통해 미술관에 들어가 이 그림 두 점을 빼돌렸다고 한다. 이 작품들은 자취를 감췄다가 최근 극적으로 다시 미술관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이탈리아 마피아의 근거지에서 발견됐다.
도둑들이 노린 '해바라기'는 반 고흐가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아를에 머물던 1888년 그렸다. 아를에서 그린 작품은 색조가 어두운 그의 초기작과 달리 밝다. 그는 이곳에서 해바라기를 그리면서 폴 고갱을 기다렸다. 아를에서 반 고흐와 한 동안 같이 그림을 그렸던 고갱은 '해바라기와 화가'라는 작품도 남겼다. 하지만 예술에 대한 논쟁은 둘 사이를 멀어지게 했고 왼쪽 귀를 자르는 반 고흐의 극단적인 행동 뒤 고갱은 아를을 떠났다.
'해바라기'를 그리고 나서 2년 뒤인 1890년 고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고통은 영원하다'였다. 그는 생애 마지막 2년 동안 영원할 것 같은 고통 속에서 '별이 빛나는 밤'(1889)을 비롯한 대표작들을 남겼다. 화가로서 반 고흐의 전성기는 이 마지막 2년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그의 전성기는 화가가 되겠다는 꿈에 부풀어 스헤베닝언 해변을 바라보던 1882년이 아니었을까. 괜스레 '스헤베닝언 해변'을 다시 한 번 본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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