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둘, 이미 대입을 두 번이나 치룬 형님의 속이 시끄러운 듯 보였다. 평소 과묵하고 느긋한 분이시기에 먼저 전화를 걸어오는 일도 손에 꼽을 정도인데 '대한민국에서 가장 불쌍한 존재', '교실 속의 마루타'라고 자조하는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의 고뇌를 피해가지 못했다.
학종이 확대되면서 지방 학생들의 대학진학 기회가 더 넓어졌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는 전국의 모든 4년제 대학을 통틀었을 때 얘기다. 여전히 전교에서 손꼽히는 학생들만 '인서울'이 가능하고, 학교에서도 이 학생들을 특별히 관리한다. 서울 강남에서 학종 컨설팅을 받고 소논문을 쓰는 것처럼 지방에서도 여유 있는 집 자제들은 서울보다 더 비싼 과외를 받고, 방학 때면 대치동 유학을 다녀온다. 상당 수 대학이 평가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상황에서 모든 고교의 1등급이 같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는 것쯤은 이젠 학부모들도 다 꿰뚫고 있다.
이사까지 고려해 가며 인근 중소도시의 자사고(자율형사립고)를 보내자니 이번엔 내신 성적이 떨어질까 걱정이다. 가뜩이나 새 정부 들어 수능 절대평가화가 기정사실인만큼 내신이 중요해질 것이 뻔한데 아이를 경쟁으로 내모는 것만 같아 썩 내키지 않는다. 매일 같이 입시정책이 이렇게 바뀐다, 저렇게 변한다 말만 많은 와중에 서울과 수도권의 사교육 시장에서 들려오는 얘기는 "혹시 나만 모르고 있나" 조바심과 불안을 더한다.
교육당국은 수능 개편안에 대한 여론 수렴을 한다며 사흘이 멀다 하고 학부모 간담회를 열고 있다. 답답한 학부모들은 이미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그 다음 대책을 논하고 있다.
조인경 사회부 차장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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