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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근로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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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OO야 카센터 사장이 원래 150만원 준다고 했는데 돈이 없다며 120만원만 줬어. 이거 사장에게 원래 준다고 했던 만큼 달라고 해도 되는 거지? 더 받아도 되는 거 맞지? 물어볼 데가 없어서 전화했어...“

'02'로 시작되는, 아마도 공중전화로 추정되는 전화를 받으니 대뜸 질문이 날아든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전화를 해서 난감한 질문을 반복해 던지는 7살 많은 지인. 오래전 성당에서 처음 알았으니 15년도 훌쩍 넘은 사이지만 그에 대해 아는 정보는 부모님은 물론 형과 누나를 모두 혼자 부양해야하는 막내라는 사실, 그리고 노부모를 제외하고 그를 포함해 형제들이 온전치 못하다는 것이다. 온가족이 자동차 정비자격을 가지고 여러 카센터를 전전하는 그에게 의지해 살아가고 있으니 집안 사정은 안 봐도 뻔했다(사실 알고 싶지 않았다).
전화를 받는 내내 나의 답변은 매우 공격적이고 퉁명스러웠다. 카센터 사장에게 월급을 뜯긴 게 한두 번도 아닌 터라 여전히 그렇게 사는 그에게 화도 났던 것 같다. 짧았던 전화통화는 개운치 않은 여운을 남겼다. 육아휴직이니 최저임금이니 각종 노동관련 이슈가 들끓고 있지만, 미시적 현실에선 어떤 근로 개선 정책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회의감과 함께.

2018년부터 적용될 최저임금이 난항 끝에 역대 최대 폭인 16.4% 올라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논란이 갈수록 뜨겁다. 최저임금을 지키는 영세 사업장의 비중이 얼마나 될까 싶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나아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사실 하루 이틀 있었던 논란도 아니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보장해야하는 최저임금을 규정한 별도의 법이 만들어진 이후 지속됐던 갈등이다. 최저임금법은 1953년 근로기준법이 만들어진 이후 약 33년만인 1986년 12월31일 모법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9차례 개정을 거쳤고, 최저임금을 정하는 과정에서 사용자 측과 근로자 측은 단 한 번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구체적 숫자에 합의하기 어렵더라도 최저임금 인상이 곧 비용이 아닌 근로의 가치를 높이는 최소 요건이라는 점에 노사의 공감대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곧 세계 최장 수준의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지난해 기준 2069시간으로 G7 평균 1713시간보다 20% 이상 길다. 좌우의 문제가 아닌 삶의 문제로 사실상 방향은 정해졌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공감의 확대와 방법의 디테일이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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