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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공짜'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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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는 잘 알려진 빵집 주인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그리고 또는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그들의 욕망 때문이다."

도덕성이 높은 이타적 사회보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적절한 욕망이 사회를 더 풍요롭게 한다는 전통적 분업을 지지하는 비유다. 이는 오랫동안 세련된(?) 비유로 주목을 받으면서 경제주체들의 다양한 경제행위부터 복잡한 사회문제를 설명하는 데 폭넓게 활용됐다.
욕망의 집합체인 시장. 새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 노동 관련 정책을 두고 이해 당사자들 사이의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노동 분야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이 논란의 중심이다. 경제 분야에서는 갑을 관계 개선, 휴대전화 기본료 폐지, 카드수수료 인하 등이 숱한 공방을 낳고 있다. (언론은 이를 두고 반발, 갈등, 엄포, 강압, 일방통행 등 표현을 써가며 갈등의 프레임을 덧씌우는 데 열심이다.)

공방이 공전을 거듭하면서 벌써부터 실행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애초부터 불가능한 공약이라며 냉소를 날리는 이들도 있다. 이 회의론은 당장 눈에 보이는 손해를 이해 관계자들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정부가 진두지휘 하면서 나서는 모양새를 보이자 지나친 시장 개입이라는 날 선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폐쇄적 리얼리즘, 폐쇄적 시장주의에 가깝다.

예상했던 수순이다. 변화와 혁신은 반발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일자리 정책을 책임지는 일자리위원회 등이 선봉에 나섰다. '소득주도 성장'을 기본 틀로 하는 새 정부 정책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이들은 경제계 이해 관계자들 만나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적극 홍보하면서 '전향적' 변화를 촉구했다.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모두가 공멸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에 공감과 양보를 통해 함께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관점의 변화'. 당장 설득은 쉽지 않아 보인다. 각기 다른 욕망을 탑재한 경제주체의 대타협이 절실하지만 극적인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다. 우리가 직면한 실업률 상승, 소득 격차 심화, 성장 둔화, 인구 절벽의 위기는 현실이다. 지체했다가는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게 자명하다.
 
경제학자 우석훈은 사회적 경제를 이야기하며 애덤 스미스의 비유를 다음과 같이 고쳤다. '국부론'의 큰 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작동원리가 다르다. "우리가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 양조장 주인 또는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그들의 일자리 덕분이다."

더 나은 개인의 미래, 기업의 미래, 국가의 미래는 그냥 오지 않는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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