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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국무총리의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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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막걸리는 소주와 함께 서민이 즐기는 술이다. 밥에 빻은 누룩을 섞고 물을 부어 며칠 간 발효를 시켜 만든다. 술을 빚는 과정에서 맑은 술을 떠내지 않고 그대로 거르고 짠다. 막 거른 술이라 해서 '막걸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빛깔이 탁해 '탁주' 또는 '탁배기', 빛깔이 희다고 '백주', 집집마다 담근다고 '가주', 농가에서 마신다고 '농주'라고도 부른다.

국세청에 등록된 막걸리 제조업체는 800개다. 쌀 막걸리 외에 옥수수, 알밤, 인삼, 더덕, 대추, 유자, 땅콩 등 지역 특산물을 연계한 제품도 많다. 크림치즈막걸리, 바나나막걸리도 있다. 쌀막걸리는 국내산 햅쌀 100%, 국내산 묵은쌀 100%, 밀가루와 국내산 쌀 혼합, 밀가루와 수입쌀 혼합 등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국내 막걸리 생산량은 2000년대 17만t 수준에서 막걸리 열풍에 힘입어 2010년 이후에는 40만t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막걸리 수출액은 2009년 620만 달러에서 2010년 1900만 달러, 2011년 5270만 달러로 올랐으나 이후 급격히 감소해 2015년에는 1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막걸리의 역사는 깊다. 삼국시대에 술을 마신 기록은 문헌에 자주 등장한다. 고려 때 쓰인 '제왕운기(帝王韻紀)'에 해모수가 하백의 세 딸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하백의 아버지가 해모수에게 독한 술을 대접한 기록이 있다. 중국 진나라 진수가 편찬한 '삼국지(三國志)'에 따르면 부여, 삼한, 고구려에서 추수를 마치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며칠 간 밤낮으로 술을 마셨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는 쌀을 이용한 전통주 제조가 금지됐다. 쌀을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해서였다. 광복 이후 쌀이 부족한 시기였던 1963년에는 막걸리 제조에 백미(白米)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후 밀가루와 잡곡이 쓰였다. 1977년 풍년이 든 뒤에야 쌀 막걸리가 다시 허용됐다. 1979년 쌀 소비 증가로 밀가루와 옥수수를 다시 쓰도록 했고 1991년 이후 쌀이 남아돌면서 밀가루 막걸리는 점차 모습을 감췄다.
막걸리에는 항암작용을 하는 스쿠알렌, 파네졸 등 성분이 있다. 단백질과 당질, 콜린, 비타민 B2등은 혈당 감소를 막아주거나 알콜성 간경화증, 영양실조 현상을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콜린, 메티오닌, 엽산, 비타민 B12와 단백질 성분은 지방간을 억제한다. 유산균도 풍부하다.

얼마전 취임한 이낙연 국무총리도 막걸리 예찬론자다. 이 총리가 총리공관에서 손님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속깊은 얘기까지 나눈다는 소문이 돌면서 관가(官家)에도 막걸리 바람이 불고 있다. 막걸리는 '소통'을 위한 수단이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바라보면 안 된다.



조영주 경제부 차장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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