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살 아래인 송천으로부터 7년간 매주 화요일 개인지도를 받았던 호암은 훗날 이렇게 회고했다고 한다. "서예 선생님을 구하고자 여러 선생님을 접촉했는데 모든 분들이 아무 조건도 없이 지도를 자청했지만 송천 선생만 조건을 내걸었고 그 조건이 아주 합당했습니다."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이럴진대 하물며 인생의 멘토로 삼을만한 스승을 만나기는 더더욱 어렵다. 마찬가지로 진정한 제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스승이 제자를 찾는 것은 구슬을 굴리며 바늘을 꿰는 것과 같고 제자가 스승을 만나는 것은 물 속에서 달을 붙잡는 것과 같다고 하지 않던가.
취업사이트 잡코리아가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는 그래서 씁쓸하다. 20대 취업준비생들 96%가 '인생의 스승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가장 필요한 스승으로 명확한 상황 판단과 행동 지침을 알려주는 '등대형 스승'(54%)이나 미숙한 부분을 세심하게 도와주는 '도우미형 스승'(39%), 따뜻한 말투로 공감해주고 다독여주는 '위로형 스승'(34%)을 꼽았다. 하지만 정작 '스승이 있다'는 이들은 고작 33%에 불과했다.
미래의 나를 낳게 해준다는 스승과 청출어람(靑出於藍)하려는 제자간 사제의 연이 그리운 것은 비단 오늘이 스승의 날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김동선 기획취재부장 matthew@asiae.co.kr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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