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년이 흘러 한닝은 지난해 94세의 나이로 법정에 섰다. 한닝은 법정에서 "진정으로 미안하다. 불의가 저질러지는 것을 방관하고, 이를 멈추기 위한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던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죄를 지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다'는 범죄 재발 방지의 기본 원칙에 충실하고, 국가라는 이름 아래 발현된 악마성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결연함이 느껴진다.
한국에서는 이런 원칙이 퇴색돼 빚어지는 참담함을 목도하고 있다. 한닝이 방조자였다면, 전두환 전 대통령은 기획자이자 책임자였다. 그는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내란목적 살인 등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특별사면을 받았다. 한닝처럼 뒤늦게라도 사과를 하기는커녕 최근 '회고록'을 통해 5ㆍ18을 '폭동'으로 표현했다. 그는 여전히 스스로 떳떳하기만 하고, 여전히 죄를 짓고 있다.
이번 참에 정치 문화에서도 마지노선 이하는 털어버리고 가면 좋겠다. 예를 들어 돼지발정제 수준의 단어들이 일국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 과정에서 이슈가 되는, 아이들 보기 부끄러운 저열함도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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