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없이도 차이나게 '감성 터치'
[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폴란드 서부소도시 자간에 위치한 미군기지. 이곳으로 파병된 미국 제 4보병사단 장병들이 막사에 보여 슈퍼볼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환호성을 지르며 현재의 고단한 상황을 잊고 잠시나마 고국땅을 그린다.
3명의 장병이 경기 도중 막사 밖에 설치된 특별한 공간으로 이동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가운데 덩그러니 의자가 하나 놓여 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자 원형으로 둘러싼 벽면에 슈퍼볼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미국 휴스턴 NRG스타디움의 모습이 펼쳐진다. 경기장의 모습을 보던 그들은 관중 속에 앉아 있던 자신들의 가족을 발견하고 곧 눈물이 터진다.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가상현실(VR)을 통해
가족들과 함께 경기를 감상하는 모습에 보는 이들도 뭉클해진다.
'패트리어트 데이'와 '딥 워터 호라이즌'으로 유명한 피터 버그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현대차가 그동안 슈퍼볼 광고에서 신차 소개에 집중해온 것과 달리 감성에 호소했다. 현대차의 이번 광고는 경기 이전이나 중간에 들어가는 광고의 전형을 깬 독특한 실험이어서 화제를 모았다. 현대차는 이번 광고를 위해 사전에 제 4 보병사단에서 촬영을 한 뒤 여기에 장병 가족들이 직접 슈퍼볼을 지켜보는 장면을 현장에 찍어 슈퍼볼이 끝나자마자 바로 내보는 방식을 다큐멘터리식 광고 기법을 사용했다.경기 도중 찍는 다큐멘터리식 기법 덕분에 비용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제네시스 브랜드 광고 4편을 내보내며 2700만달러(약 315억 원)의 가량의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그 절반 수준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만 연평균 1억3000만명이 시청하는 슈퍼볼은 북미 시장은 물론 전세계 이목이 집중돼 최대의 광고 무대라는 칭호를 얻는다. 그만큼 광고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올해 30초짜리 TV 광고 단가는 500만달러(약 60억원)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비싼 비용에도 글로벌 기업들이 매년 슈퍼볼 광고에 목숨을 거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광고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광고가 설사 가시적인 상품 판매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면 개의치 않는 것이다. 현대차 역시 2015년을 제외하고 2008년부터 매년 슈퍼볼 광고를 진행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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