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 G. 웰즈의 소설 '우주전쟁'을 시작으로 여러 번 영화의 소재가 될 만큼 화성은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다. 지구처럼 돌과 흙이 있고 적은 양이지만 산소도 있다. 화성은 지구보다 더 멀리서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는데 화성과 태양 사이의 거리는 평균적으로 약 2억3000km다. 이 정도 거리라면 1초에 30만km를 날아가는 빛도 태양에서 화성까지 도달하는 데 12분40초 정도 걸리는 거리다.
화성이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지만 지구와 전혀 다른 점들도 있다. 우선 지구와 같은 자기권이 없기 때문에 태양으로부터 오는 고에너지 입자나 방사선 등이 바로 화성 표면까지 도달한다. 지각의 대류나 화산 활동이 없기 때문에 지질학적으로도 죽은 것으로 간주된다.
앞에서 말한 로웰이라는 천문학자는 화성에 관심이 많았다. 로웰은 화성에 대한 애착이 너무 강해 1894년 자기의 개인 재산을 털어서 당시로는 화성을 관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망원경을 설치했다. 오랫동안 화성인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화성을 관측한 로웰은 화성의 운하를 발견했다고 믿었다. 훗날 망원경의 광학적 결함으로 화성 표면의 충돌 분화구를 오해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화성의 운하는 당시 사람들에게 화성인에 대한 상상력에 불을 댕기는 계기가 됐다. 또한 1930년 톰보우(Clyde Tombaugh)는 로웰천문대에서 명왕성을 발견했다. 천왕성과 해왕성의 위치가 계산과 다른 것을 발견하고 또 다른 행성 (Planet-x)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로웰의 노력 덕분이었다.
지난 2015년 로웰천문대에는 또 하나의 최신 망원경이 완성됐다. Discovery Channel 에서 기증한 DCT 4.3m 망원경(4.3-meter Discovery Channel Telescope)이다. 이 망원경에 한국천문연구원이 미 텍사스 대학과 함께 2014년 개발한 적외선 고분산 분광기(IGRINS)를 장착해 공동의 연구를 진행하는 협의가 현재 진행 중이다. 오래전 로웰이 맺은 한국과의 인연은 후손들의 과학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별이 태어나서 진화 과정을 거친 후 사멸하고, 또 다른 별의 재료가 되는 천문학적 순환을 천문학자가 재연하고 있다.
이서구 한국천문연구원 글로벌협력실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