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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별에서 와서 별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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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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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138억 년 전, 우리 우주가 탄생했다. 바로 직후,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의 원료가 되는 쿼크와 전자가 만들어졌다. 세 개의 쿼크가 모여 양성자와 중성자가 만들어졌다. 두 개의 업(up) 쿼크와 하나의 다운(down) 쿼크가 모여 양성자가 되고, 하나의 업 쿼크와 두 개의 다운 쿼크가 모여 중성자가 되었다. 빅뱅이 일어난 지 1초도 되지 않은 시간 동안에 이루어졌다.

단 하나의 양성자가 원자핵이 되는 원소를 우리는 수소라고 부른다. 원자핵에 두 개의 양성자가 있으면 헬륨이 된다. 양성자끼리는 서로 밀어내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에 원자핵에 양성자들이 모여 있기 위해서는 중성자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헬륨의 원자핵에는 두 개의 양성자뿐만 아니라 두 개의 중성자도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두 개의 양성자와 두 개의 중성자가 결합하여 헬륨이 만들어지는 핵융합 과정은 빅뱅이 일어난 지 3분 안에 모두 이루어졌다. 그 결과 우주 전체 원소 질량의 약 75퍼센트는 수소, 약 25퍼센트는 헬륨으로 구성되게 되었다. 아주 적은 양의 리튬과 베릴륨도 만들어졌다.
핵융합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높은 온도와 압력이 필요한데, 우주는 이제 팽창하여 온도와 압력이 낮아져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의 핵융합은 일어날 수 없게 되었다. 자연에 존재하는 원소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원소를 합치면 모두 100여종의 원소들이 있지만 그 기본적인 구성 원리는 아주 단순하다. 원자핵 속에 몇 개의 양성자와 중성자가 있느냐의 차이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어떤 원소가 되느냐는 양성자의 수로 결정된다. 양성자의 수는 같지만 중성자의 수가 다른 원소는 동위원소라고 한다. 서로 다른 원소는 아니지만 물리적 성질이 다르다. 원자핵이 서로 융합하거나 분열하여 양성자의 수가 달라지면 다른 원소가 되는 것이다.

빅뱅 이후 핵융합이 일어날 수 있는 높은 온도와 압력이 만들어진 또 다른 곳은 별의 중심부였다. 최초의 별은 빅뱅 약 4억년 후에 만들어졌고, 이 별들의 중심부에서 핵융합이 일어나 무거운 원소인 탄소, 질소, 산소, 철과 같은 원소들이 만들어졌다. 철보다 더 무거운 원소들은 질량이 큰 별의 대기나 초신성 폭발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결국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원소들은 빅뱅 직후 아니면 나중에 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소들은 별의 물질 방출 혹은 초신성 폭발을 통해 우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빅뱅이 일어난 지 약 90억년이 지난 약 45억년 전, 거대한 성간물질 속에서 하나의 별이 만들어졌다. 이 성간물질에는 수소와 헬륨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 별에서 만들어진 무거운 원소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별과 함께 그 별의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들도 만들어졌다.
다시 약 7억년이 지난 후, 이 별에서 세 번째 거리에 있는 행성에서 생명이 태어났다. 생명체를 이루는 원료들은 그동안 별에서 만들어졌던 바로 그 원소들이었다. 생명은 진화를 거듭하여 인류의 등장까지 이어졌다. 오랜 시간 동안 생명의 형태와 성질은 큰 변화를 겪었지만 결코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생명체의 몸은 어떤 새로운 원소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저 우주가 만들어준 원소들을 끊임없이 재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 나의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원소들은 그 동안 이 행성에서 살았던 무수히 많은 생명체들이 사용했던 원소들이며, 이후에 이곳에서 살아갈 무수히 많은 생명체들이 사용하게 될 원소들이다.

앞으로 약 50억년 후, 태양이 수명을 다하게 된다. 수명이 다한 태양은 바깥층이 크게 팽창하여 적색거성이 된다. 팽창한 바깥층은 지구를 덮치게 될 것이다. 그 열기로 지구를 이루는 모든 원소들은 우주 어딘가로 날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렇게 날아간 원소들은 성간물질이 되어 새로운 별이 만들어지는 원료로 사용될 것이다. 별에서 와서 별로 간다는 말은 과학적 사실이다. 우리는 모두 수십억 년에 걸친 우주 역사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는 존재인 것이다. 어떤 생명도 소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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