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시작한 그와의 시간은 고작 7개월이었다. 1950년 7월, '열흘만 훈련받고 오겠다'던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는 사라졌고 새 생명이 움트고 있었다. 임신 3개월째의 여자는 혼자 남겨졌다.
그리고, 65년이 지나갔다. 그 시간동안 여자는 혼자였다. 오로지 아들만 바라보고 살았다. 머리 자르고 파마하면 마음 변해서 시집 가려 한다는 얘기라도 들을까봐 생머리에 비녀 꽂고 줄곧 살았다. 남편은 오래 전에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여겼다. 37년간 제사를 지냈다. 절은 하지 않았다. 절 받아야 할 사람은 본인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부부의 만남은 좀 다르다. 할머니는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는다. 눈물이 말라 비틀어졌다고 한다. 오히려 싱거운 웃음을 간간이 터뜨린다. 여자는 이제 백발의 할머니다. '보기 괜찮았던' 남자는 주름 깊고 중절모를 쓴 할아버지다. 할아버지는 북에서 5남매를 두고 있다고 했다. "잘했네" "이해해라. 다 전쟁 때문이다"
할머니가 끝내 한 마디를 내어 놓는다. "봐요. 사랑이라는 두 글자가 얼마나 넓은지 알아요?" 65년의 세월은 가늠되지 않는다. 기다릴 수도 없었던 그 시간동안, 할머니는 사랑을 생각했던 것일까. "절대 울지 말라"던 할아버지는 연신 눈물을 보인다. 할머니는 울지 않는다. 다만 떠나는 버스에 올라탄 할아버지의 손을 잡으려 말한다. "한 번만 더"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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