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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대통령 집무실에 '규제혁신 상황판'을 설치하자

최종수정 2018.02.13 10:18 기사입력 2018.02.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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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경제부장

조영주 경제부장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난을 타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았다. 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문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아 각 부처가 일자리 만들기에 나설 것을 독려했다. 정부는 지난해 공공분야를 중심으로 채용을 대거 늘리고,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해 일자리 질을 개선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도 불구, 고용지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연간 9.9%로 통계를 만들기 시작한 2000년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22.7%에 이르렀다. 지난해보다 0.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올들어서도 이 같은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일 발간한 '경제동향 2월호'에서 청년실업률 상승 등 고용악화를 통상문제, 주요국 통화정책 등과 함께 최대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정부 관계자는 "1월 고용지표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한다고 하는데도 형편이 나아지지 않자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청년일자리 점검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정부 각 부처에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과 관련한 대통령의 의지가 제대로 전달됐는 지 의문"이라며 장관들을 나무랐다. 이 와중에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광주시장 출마를 위해 사표를 냈다. 오는 6월13일 지방선거에 나서기 위해서는 다음달 15일까지 공직을 사퇴하면 되지만 그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애초부터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무턱대고 고용을 늘리려고 덤벼든 인상이 강했다. 정부 재정을 풀어서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은 오히려 시장을 교란시킨다. 자연스럽게 작동해야 할 보이지 않는 손을 인위적으로 움직이게 한 대가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다. 기업은 돈이 될 만해야 투자에 나선다. 새 사업을 할 여건이 좋다면 기업들이 몰려든다. 사업여건이 좋은 곳은 구매력이 있는 소비자가 많거나 사업 비용이 적게 드는 곳을 말한다. 각 국가마다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고 기업에 대해 무상으로 토지를 제공하는 등 특혜를 주는 것도 기업 유치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조치다. 이 중에서 기업인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비용은 행정비용, 즉 규제다. 사업을 벌일 때마다 규제에 발목이 잡히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

대통령과 고위공직자들이 경제학원론 수준의 이런 경제 메카니즘을 모를 리 없다. 정부는 신산업에 국한해 원칙적으로 사전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을 적용하고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변화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는 반드시 혁파돼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던 과감한 방식, 그야말로 '혁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틀 뒤 정부업무보고에서 "과감한 규제혁신 없이는 혁신성장을 이룰 수 없다"면서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이 성공하려면 기업인들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고 정부가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총리의 발언에는 의욕이 넘친다. 기시감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전봇대 뽑기'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손톱 밑 가시 뽑기' 당시에도 지금처럼 투지가 넘쳤었다. 그러나 공직사회의 혁신은 실패했고, 규제혁신은 만족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규제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당부터 설득해야 한다. 야당이 규제혁신에 적극적인 반면 여당은 뒷짐을 지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지층의 반대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밀어붙였다. 문 대통령에게도 그런 결기가 필요하다. 규제혁신의 성패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결정된다. 제대로 규제를 풀면 일자리도 늘어난다. 당장 대통령 집무실에 '규제혁신 상황판'부터 설치하면 어떻겠나.

조영주 경제부장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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