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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황제 고문'과 上王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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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신 금융부장

조영신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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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신 금융부장] 조선시대 '상왕(上王)'에 오른 임금은 모두 6명이다. 태조, 정종, 태종, 단종, 세조, 고종이 모두 상왕을 역임했다. 상왕은 말그대로 왕위를 물려준 임금이다. 상왕이라 하면 거창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 이면에는 아픔이 있다.

우선 6명의 상왕중 자의에 의해 양위한 임금은 태조 이성계와 정종(이방과), 태종(이방원), 세조(수양대군)다. 태조 이성계는 1398년 자식간의 피비린내 나는 다툼에 회의를 느끼고 아들 정종에게 선위했다.
정종 역시 재위 2년 만에 스스로(?) 옥새를 동생 태종에게 넘겼다. 태조는 자연스럽게 태(太)상왕이 됐다. 요즘 말로 하면 정계은퇴다. 냉정하게 표현하면 뒷방 늙은이다.

타의에 의해 상왕이 된 임금은 단종과 고종이다. 단종은 불과 열한 살때 왕이 됐다. 어린 왕은 숙부 수양대군의 먹잇감이 됐다. 수양대군에게 양위 후 단종은 죽임을 당했다. 조선 26대 왕 고종은 일제에 의해 상왕이 된 인물이다. 고종은 양위라는 표현보다 '쫓겨났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다. 비운의 왕이다.

상왕에도 '급'이 있다. 태종과 세조가 대표적이다. 태종과 세조는 스스로 왕좌에서 내려왔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상왕이다. 태종과 세조는 살생, 특히 피붙이를 재물로 왕이 된 인물들이다. 1∼2차 왕자의 난을 통해 형제들을 도륙한 태종은 형 정종으로부터 왕권을 넘겨받았다. 그는 이후 자신의 아들 세종에게 양위했다. 상왕이 된 이후에도 그는 국정을 쥐락펴락했다. 자신의 정통성 결여가 혹여 세종의 왕권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세조 역시 태종과 다를 바 없다. 어린 조카 단종의 자리를 훔친 세조도 죽기 전 자신의 아들 예종에게 선위했다. 목적은 태종과 같았지만 세조는 애석하게도 양위 후 곧바로 선(先)왕이 됐다.

역사적으로 볼 때 상왕이라는 단어는 좋은 뜻이 될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선 권력욕을 놓지 못한 탐욕스런 사람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금융권에서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전 회장의 고문자리와 고문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조용병 회장에게 권한을 넘겼음에도 불구, 한 전 회장은 고문직을 맡았다. 고문료는 2년간 월 2000만원. 당초에는 3년간 월 3000만원이었다. 한 회장이 회장 재임기간중 받은 보수 총액은 90억원이 넘는다.

더 큰 문제는 상근직이라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금융권 일각에서 한 전 회장을 상왕이라고 소곤소곤한다. 뒷방 실세라는 의미다. 심지어 조 회장이 '상왕과 태상왕(라응찬) 두 분을 모셔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010년 회장(라응찬)과 사장(신상훈)간 골육상쟁의 아픔을 겪은 금융그룹이다. 당시 신한금융지주 조직은 둘로 쪼개졌다. 고소와 고발이 난무했다.

한 전 회장은 이 과정에서 회장직에 올랐다. 조직의 상처를 봉합하고, 통합하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한 전 회장은 그 임무를 충실히 이행했고, 권력까지 성공적으로 이양했다. 여기까지다. 고문보다 원로로 남아야 한다. 그것이 순리다. 상왕이라는 말이 얼토당토 않다고 하시겠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그렇지 않다.

조 회장은 1957년생이다. 그도 환갑이다. 상왕의 조언이 필요한 어린 회장이 아니다.

한 전 회장이 전직 회장을 코스프레할 이유가 없다. 태조 이성계처럼 함흥으로 떠나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 고문료는 뜻깊은 일에 사용하시는 게 좋겠다.





조영신 기자 as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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