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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번지수 잘못 짚은 중도금대출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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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모 아니면 도라더니 그 말이 딱 들어맞다. 바로 가계부채 대책 강화 후 부동산 시장에서 싹 끊긴 돈 줄 얘기다. 특히 꽉 틀어막힌 중도금 집단 대출로 분양 시장은 아우성이다. 미분양 단지는 물론이고 100% 계약이 끝난 대형 건설사 조차 중도금 집단 대출을 받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은행들이 돈줄을 바짝 죄면서 대출금리도 천정부지로 뛰었다. 분양권을 담보로 한 대출이지만, 일반 시중은행 조차 연 4% 이상의 금리를 요구하기 일쑤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여전히 사상 최저인 연 1.25%에 머물러 있는데 말이다.

사실 작년 이 맘때만 해도 우리 사회는 빚 권하기에 바빴다. 대출을 업으로 삼는 금융권은 물론 정부의 서민 지원 대책에도 대출이 빠지지 않고 등장할 정도였다. 서민주택의 대출 규모를 늘리고 채무조정 성실상환자에게 대출한도를 늘려주는 식이었다. 부동산 시장은 더 했다. 손쉽게 빚을 낼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강남 등 서울지역 재건축 아파트와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투기 양상이 벌어졌다. 돈이 넘쳐도 너무 넘쳤다. 오죽했으면 작년 한해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대책만 5번(잔금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포함)에 달했을까.
이 분위기를 한순간 바꾼 건 무섭게 불어난 가계부채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가계신용(부채) 전체 잔액은 1344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한해 증가액도 141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고 한다. 하필 이럴 때 또 하나의 폭탄이 터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이같은 때 죄기 시작한 가계 대출 규제를 문제 삼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가계부채의 창끝이 이미 우리 경제의 목젖을 찌르고 있지 않은가. 설상가상 미국발 금리인상 여파와 집값 급락이 겹친다면 우리 경제는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당장 150만 한계가구가 파산 위기에 처하며 금융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 분명 어느 때보다 가계부채의 세밀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번지수를 잘못 찍었다. 작년 말 부터 쏟아지고 있는 가계부채 건전성 강화 방안은 중도금 집단대출을 정조준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전성 강화를 명분으로 시작된 은행권의 중도금 대출 죄기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으로까지 확대됐다. 가계부채 대책의 번지수가 중도금 집단 대출로 찍히게 된 건 금융위원회가 가계부채 증가의 '원흉'으로 이를 지목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실상은 이와 다르다. 작년 말 기준 1344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중 중도금대출은 108조원으로 전체의 8%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비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었다. 중도금 대출 보다 무려 5배나 더 많은 셈이다. 최근 정부와 은행권이 중도금 대출을 틀어막고 있는 동안 제2금융권, 특히 신용대출에 이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번지수를 잘못 짚은 대책은 효과를 낼 수 없다. 가계부채의 총량을 줄일 요량이었다면 더더욱 잘못 짚었다. 중도금 대출을 꽉 죄고 있는 지금도 가계부채는 늘고 있지 않은가. 큰 그림을 보지 않은 채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한 정책은 결국 실패로 귀결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폐해는 정부가 보호하려는 '서민'으로 몰린다. 틀어막기만 하고 있는 중도금 대출 규제로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층도 역시 서민이다.






이은정 건설부동산 부장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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