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지낼 때 이해되지 않았던 몇 가지 일 중 하나가 좁은 도로였다. 미국하면 사통팔달 훤히 뚫린 하이웨이를 연상하겠지만 의외로 지방도시 중에는 좁고 낡은 도로가 많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교통체증이 아무리 심해도 길을 확장하지 않았다.
머지않아 자율주행차량이 상용화될 것이라고 한다. 운전자의 편리를 위해 개발되는 줄로만 알았는데, 자율주행차량이 상용화될 경우 현재 운행되는 차량의 10%만으로 차량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고 한다. 필요할 때 자율주행차량을 불러서 목적지에 갈 수 있으므로 굳이 개인 자가용을 둘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에너지와 자원 면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생각해보면, 차량수요 감소에 비례해 도로 수요도 감소할 것이다. 그날이 오면 그렇지 않아도 텅 빈 지방도로가 더 텅 비게 될 것이다. 재정 낭비도 문제지만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란 점에서도 문제다. 뿐만 아니라 아스팔트 포장에서 발생하는 복사열, 자연적인 순환의 과정에서 차단되어 사막화되어 가는 토양, 그리고 아스팔트 표면을 따라 바로 강으로 배출되는 빗물 등은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누구나 그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는다. 문제는 실천의지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운동이 시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윤 창출에 급급한 자본의 욕망보다 편리함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외면이 더 큰 문제이다. 우리들의 도덕적 불감증은 좀처럼 변화하지 않고 있다. 거기에 낙후된 지역을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포장된 지역이기주의와 각 지방자치단체의 실적 위주의 행정체계, 그리고 중장기적 발전에 대한 안목 부재가 국토를 더욱 병들게 하고 있다. 국토를 미래자산으로 생각하는 발상의 전환과 우리들의 도덕적인 각성이 절박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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