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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곧 베트남 종전 43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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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소설가·前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이상문 소설가·前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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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30일은 베트남 전쟁 종료 43돌을 맞는 날이다. 이날은 베트남뿐만 아니라, 인류사에서도 매우 뜻깊은 날이다. 베트남의 역사를 보면 BC111년 이래, 중국의 직접 지배 약 1천 년과 거기에 이어진 실질 지배기간이 있고, 1858년 이래 프랑스의 식민지배와 전쟁기간 약 80년, 1955년 이래 미국의 실질 지배 약 20년을 겪은 뒤에야, 비로소 진실된 해방과 독립을 쟁취해 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트남의 역사가 한국의 역사와 겹쳐지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금세 깨닫게 된다. 현대사 속의 베트남은, 프랑스가 패해서 쫓겨난 땅이, 1955년 남북으로 분단됐고, 한국은 일본이 어쩔수 없이 내놓은 땅이 1948년에 남북으로 분단됐다. 그리고 두 나라는 동족간의 전쟁에 휘말렸다. 그 결과 한 나라는 해방과 독립을 쟁취했으며, 다른 한 나라는 수많은 생명이 살상되고 국토가 초토화 된 것으로 끝났다. 주의할 점은, 남과 북 가운데 어느 쪽이 전쟁의 원인을 제공했는가이다. 베트남은 남쪽이었고, 한국은 북쪽이었다. 국가 정통성은 공히 그 반대쪽이 더했다.
그런데 한국은 베트남의 남북전쟁 중에 남쪽에 큰 병력을 파견했다. 1964년 9월에 중대 규모 비전투 병력의 파병을 시작으로, 두 해에 걸쳐 육군과 해병대 전투 병력을 파병함으로써, 일시에 약 5만 병력이 베트남 전투 현장에 나가 있었던 적도 있었다. 1973년 3월에 완전 철수할 때까지 연인원이 32만 5천여 명에 달했고, 5천여 명은 거기서 돌아오지 못했다. 부상자 1만1천여 명, 고엽제 피해자 1만2천여 명이 생겼다. 당연히 전과는 혁혁했다. 따라서 한국은 경제적, 군사적, 외교적인 면에서 얻은 것이 크고 많았다.

한동안 국교를 수립할 생각도 못하고 있던 두 나라는, 동서 대립의 해방에 힘입어 1992년 12월에야 대사급 외교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종전 17년 만의 일이었다.

한국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종전 23년 만인 1998년에 첫 번째로 이루어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불행한 역사에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공식 사과’했고, 그로부터 3년 뒤에는 베트남의 천 득 렁 국가주석을 초청해서 ‘위로의 말씀’을 전하기도 했다. 두 번째로 베트남을 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호치민 묘를 찾아 분향까지 하는 ‘깊은 사과’를 했다. 종전 29년 만이었다. 그리고 종전 43돌을 앞둔 지난 3월 23일에, 세 번째로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했다. 쩐 다이 꽝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다시 표했다. 이에 대한 화답은 “한국 정부의 진심을 높이 평가한다” 였다.
이 일을 두고 한국 언론의 반응은 ‘보상을 사양했다’로 모아졌다. 그 이유를 깊히 분석한 경우는 없었다. 그리고 제시된 대안들은 매우 피상적이었다. 한국 정부는 방문 전 조율 과정에서 이미 좀 당황했었다고 한다. 짐작하건대, 내심 일단 짐을 벗어 놓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베트남의 위정자가 “보상을 사양했다”는 이유를 이렇게 분석할 수 있다. 첫째, 한국에서 보상 받는 일보다 우선해야 할 일이 있다. 둘째 전투병력을 파병한 한국과 미국 중에 미국이 먼저여야 한다.(태국, 호주, 필리핀, 뉴질랜드는 미전투 병력만 일시 파병했다) 셋째, 남북전쟁에서 승리한 북쪽이나 패배한 남쪽이나, 제 땅에서 피차 저질러 놓은 일에 책임져야 할 일 많고 복잡하다. 넷째, 위의 세 가지는 일단 접어두고 최우선으로 경제를 부흥시켜 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어느 정도 향상시키는 정책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러니까 이들 이유 때문이었다.

한국군이 저질러 놓은 일이 어디로 가겠는가.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기와는 아주 다르다. 베트남 전쟁에서는 당시의 최첨단 기록 기자재들이 눈을 벌겋게 뜨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니 ‘보상을 사양했다’가 아니고 ‘보상을 유보했다’가 맞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간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군에 의한 피해조사는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는 여기에 힘을 더해야 하고, 해마다 보상 비용을 산정하여 기금 조성해가야 한다. 베트남 전쟁 종료 43돌을 앞두고 한국 정부가 딴생각 하지 말고 서둘러 해야할 일이다.


이상문 소설가ㆍ전 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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