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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文대통령, 막다른 길에서 北비핵화 해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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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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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주도한 한국과 북한, 미국의 3개국 정상 교차회담을 통해 한반도가 북한의 핵 위협에서 벗어나 평화의 길로 들어설지 세계인이 지켜보고 있다. 낙관과 비관이 엇갈리는 게 사실이다. '만약 결론이 나지 않으면 그 뒤에 어떤 사태가 한반도에서 일어날까?' 이런 불안에 떠는 것도 당연하다.

불안한 가운데서도 몇 가지 낙관적인 요소가 있다. 첫째는 출발이 '비외교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역설적이지만 피차 통 큰 접근이 오히려 길을 낸 것이다. 문 대통령의 '우리가 운전대를 잡겠다'는 호기부터 외교의 틀을 벗어났다. 북측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대표로 파견한 것도 파격이었다. 일부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그들을 4차례나 대면하고 성의를 다한 것도 비외교적이다. 그 후에 벌어진 일들은, 마치 1971년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미-중 관계를 역전시켰듯이, 우리 특사가 북한과 미국을 방문한 것도 모두 실무적인 외교 협상의 틀을 뛰어넘었다. 이런 톱다운(Top-down) 방식이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둘째, 한반도 위기가 일촉즉발까지 간 절박한 상황에서 이뤄진 협상이었다. 북한은 미국 서부지역까지 공격할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했다고 큰소리쳤다. 미국은 북한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평창올림픽이 끝나면 '코피작전'을 전개할 것이란 움직임을 보였다. 이런 막다른 골목에서 다른 길이 없는 협상이라 희망을 거는 것이다.

셋째, 그간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여러 차례 이뤄졌지만 결과는 빈 깡통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제는 협상을 위한 협상은 안 한다", "그동안 많이 속았다"고 극언한 것도 이해가 간다. 1994년 빌 클린턴 미 대통령 때 이뤄진 제네바 합의, 2005년 6자회담에서 어렵게 성사된 9ㆍ19 합의의 결과는 모두 파경이었다. 원인을 거슬러보면 북측은 부인하지만 은밀한 핵무기 개발로 신뢰가 깨어졌다는 데 있다. 이제 다시 시작한다면, '신뢰관계'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패는 반복된다.

어떤 해법이 있을까? 트럼프 미 대통령은 보나마나 소위 '리비아식'을 고집할 것이다. 먼저 비핵화부터 이행하라, 그 결과에 따라 북한 정권의 안정과 평화협정, 북ㆍ미 수교 등 보상조건을 충족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입장에선 이를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2011년 김정은 정권이 세습된 이래, 권력을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유일하게 내세운 목표가 핵무장이었다. 이 목표만은 달성한다는 집념을 버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를 먼저 내려놓는다는 것은 정권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편 북한은 '점진적', '동시적'으로 비핵화를 이뤄나가려 할 것이다. 그동안 중국은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체결을 동시에 진행하는 이른바 '쌍궤병립(雙軌竝立)'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이번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중국방문으로 북한의 주장은 힘을 얻게 됐다.

사실 단계적 방식으로 비핵화에 접근하자는 것을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2005년 9ㆍ19 합의에서 이미 점진적, 단계적으로 해법을 찾았는데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누차 과거 방식으로는 안 간다고 호언한 바 있다.

미국과 북한 간의 대립되는 해법을 놓고 중간에서 이를 조정해야하는 문 대통령의 고민도 클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과 북한 모두 외통수 장기판에 걸려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파를 안보라인에 포진해 놓은 것이 외통수를 더 심화시켰다. 김정은도 '서울 불바다'를 주창했던 강경파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내세울 때부터 외통수의 길에 들어섰다.

해법은 오히려 이런 외통수에서 나온다고 낙관해 본다. 미국과 북한 모두 통 큰 흥정과 결단을 유도해 나가야 한다. 북한의 단계적, 동시적이란 말 가운데 동시적에 방점을 두자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어려운 비핵화와 미사일 개발중단 가운데 큰 조건과, 미국의 보상 조건 가운데 하나를 동시에 합의하는 것이다. 여기서 신뢰를 쌓으면 올해 안에 완전한 비핵화와 대(對)북한 보상이 동시에 완결되는 타임테이블에 합의하는 것이다.

미국과 북한 양측의 입장이 강경하면 할수록 해결하는 속도도 그만큼 빨라진다는 것이 톱다운방식 해법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이를 어떻게 살려나가느냐에 문 대통령의 지혜와 용기, 결단이 필요하다. 물론 국민의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종찬 전 국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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