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곧바로 화답했다. "언제든지 공조를 이야기할 수 있다." 다만 묵시적 선거연대론에 대해서는 정말 위험한 발언이라며 선을 그었다. 유 공동대표가 가능성을 내비친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원내대책회의 직후였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달 13일 페이스북에서 비겁한 선거연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원내대표는 개인 생각을 밝힌 것일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어느 정도 교감 하에 내놓은 발언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는 유 공동대표의 선거연대 발언이 나온 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에는 다소 결이 다른 언급을 내놓았다. "국민이 동의하면서 연대하라는데 안 할 당이 어디 있나? 또 당원이 연대하라는데 연대를 안 하겠다고 버틸 지도부가 어디 있겠나?" 아직까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 여론이 바뀌면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또한 안 전 대표와 교감 없이 나온 발언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 대선 당시 홍준표 대표가 2위로 24.0%를 득표했다. 안철수 전 대표가 3위로 21.4%, 유승민 공동대표가 4위로 6.8%를 득표했다. 세 사람의 득표율을 합치면 52.2%다.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율 41.4%보다 많다. 정치공학으로 볼 때, 세 사람이 힘을 합치면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문제는 세 사람 모두 차기 대선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연대가 성사된다면, 각자의 셈법은 무엇일까?
유승민 공동대표로서도 내심 안 전 대표가 낙선하길 바랄 것이다. 그 다음에 선거연대의 불씨를 살려 지방선거 이후 한국당과 합당을 시도할 것이다. 안 전 대표 낙선까지 포함해 지방선거 결과가 패배로 귀결되면, 홍준표 대표 역시 책임론에 휩싸이며 사퇴할 가능성이 높다. 두 경쟁자가 사라지면, 유 공동대표는 합당을 주도하면서 보수신당의 당권까지 쥘 수 있다.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시나리오다.
안철수 전 대표는 선거연대로 반드시 서울시장에 당선되길 바랄 것이다. 이후 한국당을 분열시켜 바른미래당보다 확장된 중도보수 신당을 만들려 들 것이다. 만약에 홍준표 대표가 사퇴한다면, 아예 합당까지 시도할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보수의 중심이 되고자 할 것이다. 두 단계를 거쳐 YS식 3당 합당을 완성하는 셈이다.
이미 선거연대 정국은 열렸다. 극심한 눈치작전과 주도권 쟁탈전 속에 과연 누가 뜻을 이룰까? 흥미가 더해지는 시점이다.
이종훈 명지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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