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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검색어 조작 논란과 포털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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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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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발로 뛰는 언론인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 뉴스를 신문이나 방송에서 찾아보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특히 젊은층일수록 전통적 매체로 뉴스를 보는 비율은 현저히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람들은 포털사이트나 SNS를 통해 중요한 소식이나 정보를 접한다.

언론이 가진 가장 중요한 역할인 '의제설정' 기능도 신문ㆍ방송에서 포털사이트로 옮겨갔다.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목록은 지금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그래서 당신은 무엇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지를 정해준다. 이는 포털사업자가 마음만 먹으면 여론형성 과정에 깊숙이 개입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검색어 삭제 논란이 반복적으로 불거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기관이 요청할 경우 검색어를 삭제해준다거나, 사회적 논란이 있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자의적으로 검색어를 제외한다는 등 비판과 의혹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 때마다 일각에선 포털사업자들이 검색어 제공에 어떤 개입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단순히 전달자 역할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 공론장이 공정하게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검색어 서비스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사람들의 실제 검색행위에 따른 결과물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이나 개인정보 노출ㆍ어뷰징 등 부작용이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단지 사람들이 많이 검색했다는 이유로 범죄사건에서 피해자 신상정보가 손쉽게 공개되기도 한다. 특정집단이 조직적으로 검색어 순위를 올려 여론을 왜곡하는 행위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다. 포털사업자들이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셈이다.

포털사업자들은 검색어 서비스를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떤 알고리즘으로 제공하는지 잘 공개하지 않는다. 공개해봤자 논란에 휩싸이고 비판받기 일쑤다. 검색 알고리즘 공개를 법으로 강제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사업자들은 영업비밀이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따라서 검색어 서비스의 절차와 과정ㆍ원칙 등을 외부에서 파악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알고리즘의 불투명성뿐 아니라 사용자들이 한 두 개의 포털에만 의존한다는 것도 문제다. 이미 국회에는 이 같은 '독점적' 포털사이트를 규제하자는 취지의 법안들이 많이 발의돼 있다. 댓글조작ㆍ뉴스순위 조작ㆍ가짜뉴스 등 선거를 앞두고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과 규제기관이 포털사이트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자본이나 시장의 논리로 여론이 왜곡되는 것만큼 정부나 정치권의 통제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건강한 '공론의 장'을 지키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제일 중요한 가치다. 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포털사이트를 어떻게 규제할 것이냐 하는 정책적 방향성은 길을 잃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사업자는 공개를 꺼리고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 정치권이나 규제기관은 통제와 압박으로 균형성을 잃고 있다. 정치권의 목소리가 순수하게 들리지도 않고 사업자가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사명감을 갖고 있을지는 더 의문이다. 이해관계에 따라 자본가와 정치가는 얼마든지 손잡을 수 있고 표현의 자유는 손쉽게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바람직한 포털 정책을 위해 최소한의 원칙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포털사업자들에게는 장기적 안목으로 이용자 정책을 수립하고 투명한 공개와 공적 책무를 수행하려는 자세를 요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깨어있는 이용자만이 건강한 공론장을 지킬 수 있다. 정책기관도 사업자에 대한 직접 규제나 통제 가능성을 간편하게 발표하는 방식보다는, 시장 경쟁구도와 자율 행동을 어떻게 유도할 것인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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