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취중진담을 토해냈다.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에 있지 말고, 북한의 핵우산으로 들어오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는 발언이었다. 그의 발언은 충격이었다. 초급관리의 입을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의 온갖 제재와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핵에 집착하는 저의(底意)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바로 '북한의 핵우산 아래'는 '핵으로 한국을 적화 흡수통일하겠다'는 진의(眞意)를 들어낸 것이다. 핵은 결기의 응집물이자 축적물이라는 점도 내비쳤다.
일례로 '북한은 핵을 만들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김일성의 주문(呪文)은 진실이 되어 회자(膾炙)되더니 2006년 10월 북한이 1차 핵실험 이후 '무능력과 무의지'는 '자위용 내지 체제유지용'으로 돌변했다. 한발 더 나아가 '설마 같은 민족인데 우리가 공격 대상일리 없다'는 기대 섞인 희망(wishful thinking)이 난무했다.
우리의 안보불감증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사이 북한은 4차례의 핵실험과 수회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발사 등의 핵 질주를 지속했다. 그리고 지난해 6차 핵실험을 마친 후 핵보유국의 지위를 얻기 위해 국제사회와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는 중이다.
사실 북한의 핵 질주는 한국 안보에는 치명적 타격임이 분명하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한반도선진화재단에서 북핵을 감안한 남북한 군사력을 비교해 본 결과 한국이 북한에 역전되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김정은의 2018년 신년사의 핵심은 '핵 있는 상태에서의 대화'이다. 김정은의 대화제안의 노림수는 제재정국에서 벗어나려는 시간벌기와 경제지원을 노린 위장평화전략일 뿐이라는 점이다. '정의의 보검'인 핵이 김정은 전체주의체제를 지탱해주는 버팀목이라는 점에서 결코 김정은의 대화에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완전하고 불가역적이고 검증 가능한 핵폐기(CVID)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편 핵 질주에 대한 국제사회의 촘촘한 제재공조와 최대한의 압박의 산물이 북한의 대화카드라는 점에서 제재공조와 최대압박은 북한의 근원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단임은 분명하다.
남북한 간의 대화와 경협은 필요하다. 그러나 경협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 1993년 3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를 탈퇴하면서 1차 북핵 위기가 발생했다. 북핵 해결을 위한 지난 25년의 역사는 "위기→합의→파기→위기"의 악순환 구조였다. 이처럼 북한이 선물만 챙기고 합의를 뒤집는 일을 반복했다는 경험적 사실은 앞으로 북한이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에 임할 것인가를 가늠하는 잣대이며, 북한과의 정치적 합의에 신중해야 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의 '핵심의제는 한반도비핵화'라고 천명해 왔다. 그러나 최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 구성과정에서 벌써 '한반도신경제지도구상' 추진소식도 들인다. 북핵이 폐기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반도신경제구상은 독(毒)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핵 있는 경협'은 더욱 위험하다.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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