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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남북 고위급 회담이 남긴 숙제

최종수정 2018.01.19 09:41 기사입력 2018.01.1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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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기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조영기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북한은 2018년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이 '민족의 존엄과 기상을 떨칠 민족사적 대사가 되도록 한다'는 명분으로 남북대화를 제안했다. 교류와 협력에 방점을 둔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대화제안을 즉각 수용하고, 지난 9일 남북한은 25개월 만에 자리를 같이 했다. 남북 고위급회담 대표는 8차례의 마라톤 회의 후 북한의 평창올림픽 선수단 등 대표단의 방남(訪南), 남북 군사당국간 회담 재개, 남북관계의 모든 문제를 한반도문제의 당사자 간 해결 등 3개 항의 원칙에 합의한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늦었지만 북한대표단의 평창올림픽 참가 결정은 평화와 안전 올림픽을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다.

남북고위급 회담과 연이어 계획된 대화는 북한 주도의 통남봉미(通南封美)의 결과로 탄생해 공동보도문이라는 성과물을 얻었다. 그러나 '평화', '민족' 등의 감성적 단어로 포장된 합의문이 내포하고 있는 '위장평화공세'의 가능성 때문에 성과에 인색할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 신년사의 양대 축의 하나인 '국가핵무력 완성'이 우리 사회에 끼칠 안보의 절박성은 사라지고 통남봉미만 회자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압박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은 위안이 된다.

북한대표단은 회담 중 우리 측 대표가 "한반도 비핵화 등 평화정착을 위한 대화재개"의 필요성을 제기하자 비핵화 문제제기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는 북한이 핵을 폐기할 생각이나 비핵화문제를 한국과 협의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의미다. 또한 남북회담의 궁극적 목표인 한반도 비핵화의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북한은 통남봉미를 통한 위장평화공세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우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의 빈틈을 만들어 제재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1차적 목적이다. 그리고 한미동맹의 이간과 남남갈등을 부추겨 대북정책의 틀을 전환하고자 하는 의도도 엿보인다.

물론 지난해 말 북한이 국면전환을 위해 통남봉미를 들고 나올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견됐다. 대북제재의 약발이 주효하면서 북한은 새로운 출구로 통남봉미의 카드를 선택했다. 지난해 10월 제2의 고난의 행군 가능성을 언급한 통일부장관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따라서 통남봉미는 우리가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보도(寶刀)였지만 고위급회담에서 활용한 흔적은 없다. 오히려 북한의 위장평화공세에 적극 협력하는 모습에서 앞으로 계획된 회담의 성과도 기대난망이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해 우리는 많은 것을 내준 것 같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규모 대표단을 요청하자 북한은 선수단, 대표단, 응원단, 예술단, 태권도시범단 등 총 8개 단을 파견하겠다고 호응했다. 이처럼 전례 없는 대규모 파견은 북한의 위장평화공세전략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올림픽'을 매개로 제재의 구조적 허점을 만들어 이를 피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남북은 후속 실무회담을 통해 개ㆍ폐회식 공동입장, 선수단 신변안전 문제, 선수단 체류비 부담 등의 문제를 논의할 것이다. 특히 우리 정부가 체류비를 부담할 경우 대북제재 위반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는 현금지원이 아니기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 제재의 구멍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북제재의 기조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해야 한다. 또한 개ㆍ폐회식 공동입장 시 한반도기가 태극기를 대신하는 불행한 사태가 없어야 한다. 태극기가 대한민국 정체성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통남봉미는 평창 이후 도발모드로 전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한은 '도발-제재-대화-(경제적)지원-도발'의 악순환의 고리를 반복해 왔다. 특히 김정은의 3대 세습이 완료된 이후 8차례의 대북제재가 단행되었다는 점은 도발의 가능성을 높인다. 문제는 북한의 악순환을 제어할 장치가 마땅하지 않다는 점이다. 솜방망이 사후 제재로 북한의 도발을 제어할 수는 없다. 이제 정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사후제재를 사전제재 예고제로 전환해 실행함으로써 제재의 효과를 제고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조영기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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