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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마법은 '경제'에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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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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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떻습니까?" 기업들이 많은 곳으로 알려진 충남 천안에서 택시를 탔을 때 나이든 기사 분에게 물었던 질문이다. "2010에서 2011년 무렵이 좋았습니다." 그 분은 "지난 5년은 계속 내려가는 추세였고 올해는 작년보다 더 힘이 듭니다"고 답했다. "이제 좋은 시절이 오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는 그 분의 말씀이 가슴을 콕 찌르듯이 다가왔다. 현장을 뛰는 분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통계 숫자보다도 바닥 경기를 말해주는 정확한 지표라는 생각 때문이다. 천안이 이 정도라면 사업체가 없는 곳은 더 어려울 것이다.

경제를 맡은 사람들이 이런 저런 궁리와 조치를 취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사람마다 다양한 의견을 가질 수 있다. 경제는 촘촘히 연결된 망과 같은 것이기도 하고 유기체처럼 살아 숨 쉬는 것이기도 하다. 근래에 경제를 살리기 위한 여러 조치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모든 정책은 경제를 관통한 원리나 원칙을 준수할 수 있을 때 기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마법이나 기적은 경제에 통하지 않는다. 단기적인 부양책 성격의 정책을 사용하면 잠시 진통제를 맞는 기분이 들 수 있지만 얼마가지 않아서 투입된 자원들은 모두 낭비되고 후유증은 두고두고 부담을 안기게 된다.
아주 중요한 원칙은 자원이 가능한 생산적인 용도로 흘러갈 수 있도록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돈이 투입되면 그 돈이 재생산 활동에 배분돼 더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원칙을 어기게 되면 후유증을 감당하기 힘들다. 그 후유증이란 국가든 민간이든 부채는 부채대로 고스란히 늘고, 경제는 점점 더 가라앉는 딱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세금을 사용해서 뭔가를 도모하는 일이라든지, 세금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사람을 늘리는 일은 단기적으로 진통제를 주는 것과 같다. 진통제를 계속해서 맞을 수 있는 재원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경제원리를 위반하는 정책을 계속해서 사용하기는 힘들다.

세금에 의존하는 단체나 기관 그리고 사람을 잔뜩 늘려 놓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재정이 지원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한 사회가 부를 창출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결국 외부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고 이런 과정에서 재정 지출에 대한 엄격한 조정을 요구받게 된다. 오늘날 남부 유럽 국가들이 겪고 있는 것을 두고 그냥 그 사람들의 일이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이런 일은 방만한 재정 지출을 허용하는 나라라면 얼마가지 않아서 겪을 가능성이 있는 일이다.

투자가나 분석가로서 탁월한 혜안을 가진 사람이 해리 덴트다. 근작 '부의 대절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방만한 재정지출로 경기부양책을 남발해 왔던 국가들이 향후 2~3년 사이에 어떤 상황에 놓일 것인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사상 유례없는 최대 규모의 부채버블을 만들었다. 성장을 재점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경제에 쌓인 쓰레기를 깨끗이 치운 다음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경제를 청소하는 일에 대해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런 일은 고통스럽고 욕을 먹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듣기도 좋고, 보기도 좋고, 체험하기도 좋은 정책들이 줄을 잇는다. 하지만 그런 정책들이 필자의 눈에는 문제를 더하거나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해리 덴트의 책을 읽다가 1929년 미국의 민간부채는 GDP의 약 150%였다는 내용을 만났다. 이 수치는 버블이 붕괴되고 청소가 웬만큼 끝난 2차 대전 이후에 50%까지 조정된다. 엄청난 고통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 지난해에 민간부채가 GDP의 193퍼센트까지 오른 상태였다. 우리는 가능한 경제의 원칙에 준한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 힘이 들더라도 청소하는 쪽을 선택해야지 청소해야 할 것들을 늘리는 쪽으로 가서는 안 된다. 게다가 사업 환경이 악화되는 쪽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밉건 곱건 간에 일자리는 사업하는 사람들이 만든다. 동시다발적으로 비용청구서를 들이밀면 누가 일자리를 만들겠는가.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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