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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軍 개혁보다 더 시급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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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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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얼마 전 현역 4성 장군이 일명 공관병 갑질 사건으로 군검찰에 고발당했다. 4성 장군이면 역사에 남을 만한 군의 최고위급 지휘관이다. 국방정책이나 전략문제로 고민해야 할 대장이 일개 병사에게 갑질을 하다가 사회적 비난을 샀다니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중국의 전국시대 오기(吳起)장군은 부상을 당한 부하 병사의 환부에 직접 입을 대고 피고름을 빨아내 치료했다는 일화가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장군이라면 최고의 도덕적 권위와 덕성을 갖춰야 한다. 그런 지휘관이 존재해야 군의 지휘체계가 바로 잡히고 강군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군은 창군 때부터 일본식 군대 악습이 유산처럼 남아 있다. 상하관계를 폭력으로 유지하는 가학성 콤프렉스 집단처럼 된 배경이다. 일본의 작가 고미카와 준페이(五味川純平)가 쓴 소설 '인간의조건'은 군에 징집된 병사가 비인간적인 상관 밑에서 파멸의 길을 걷는 인간의 모습을 묘사했다. 꼭 우리 군의 원형같이 느껴졌다. 6.25 동란당시 무모한 지휘관이 군기를 잡는다고 '즉결처분'을 남발해 희생된 장병들이 많았다는 소문이 자자했지만 막상 전쟁기록이나 군 역사에서는 이 부분이 언급되지 않고 있다. 민주화 시대에 들어와서 군의 병영문화도 많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공관병 갑질 사건을 보면 악습자체가 외면상으로 가려져 있었을 뿐 본질적으로 치유되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 군의 창군 역사를 보면 미 군정시대의 조선경비대를 모체로 시작된 것처럼 기록됐다. 그러나 1940년 9월 중국 충칭에서 광복군을 재조직할 때 기록을 보면 '정미년(1907년) 8월1일 대한제국군이 해산한 날이 곧 광복군이 창립된 날'이라고 했다.

대한제국 군대가 일본에 의하여 강제해산 되자 전국에서 의병이 일어났고 해산된 군 장교들이 의병과 합세해 대일항전에 나섰다. 장비가 열악한 의병은 일본군에게 쫓겨 연해주로, 북간도로 밀려났다가 독립군으로 재편성된 것이다. 광복군 역사의 정통성은 독립군인 셈이다. 우리 군의 뿌리를 항일 의병에 두지 않고 마치 미군정 때 일본군 출신들이 창군한 것을 전통처럼 떠받드는 역사관은 수정돼야 한다.
우리와 대치하고 있는 북한 인민군을 보자. 북한은 당초 소련 군정 시기인 1948년 2월8일 창군했다고 기록됐다. 하지만 북한은 1978년 창군일을 다시 정했다. 창군일을 김일성의 무장투쟁을 근거로 1932년 4월 25일로 정정했다. 역사의 원초적 명분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군의 역사를 확고히 정립하는 것은 강군으로 가는 길이다. 항일 의병은 병사들 하나하나가 신념으로 뭉쳐 봉기한 소중한 존재였다. 지휘관과 병사는 혼연일체로 일본에 대항했다. 홍범도 장군이나 김좌진 장군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방개혁을 부르짖고 있다. 군정과 군령이 각각 분리돼 낭비적인 군을 개혁하려는 의욕은 높이 살만하다. 그러나 군 개혁은 역대정권마다 처음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항상 끝을 맺지 못했다. 군이란 특수조직 사회이다 보니 자기 생존력이 강하다.

우리 군만 그런 것은 아니다. 프랑스에서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군 개혁의 칼을 대자 군 최고 직에 있는 피에르 드빌리에 합참의장이 반발했다. 오죽했으면 젊은 대통령이 "군의 통수권자는 나다"라고 외쳤겠는가.

우리 군도 아마 개혁에 대해 총론 찬성하지만 각론에서는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전임 국방부 장관도 장군 수를 줄인다고 공언했으나 결국 유야무야 임기를 끝냈다.

자주국방은 시대적 과제다. 지휘관부터 일선의 병사까지 모든 장병이 유능하고 충실할 때 강군이 되고 자주국방 능력이 향상된다. 강한 군은 한반도 통일이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대한민국 국군은 나라가 위난에 빠졌을 때 의병이 봉기를 한 것처럼 단단한 각오로 강군을 만드는 길에 앞장서야 한다.

이종찬 前 국가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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