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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대학에서 바라본 산학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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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범 국가과학기술심의회 기계소재전문위원

김시범 국가과학기술심의회 기계소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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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차례 성장의 위기를 극복한 기업은 하나같이 기술경쟁력이 핵심요인이었다는 성공담을 말한다. 기업의 부족한 기술개발 능력을 대학이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그동안 정부는 산학협력 R&D를 강조하였다. 정부가 대학에서 수행한 연구개발 성과물을 기업에 이전하는 산학협력만 추진하였던 것은 아니다. 기업 현장의 과학기술적 문제해결이 가능한 인력을 제공하는 '전문연구개발 인력 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산학협력 지원이 진행되어 왔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자체 직원 능력 향상 교육 프로그램 및 여력은 취약하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의 양성ㆍ배출은 현 시점에서 대학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기도 하다.

정부가 산학협력을 통한 인력양성사업 지원을 통해 외형적으로 지원받은 대학수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한계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산학협력을 정부와 대학은 외형적 실적 달성을 위해, 산업현장에서는 대학 간의 관계 또는 단순 인력활용을 목적으로, 학생들은 취업을 위한 스펙(Spec)쌓기 용으로 활용하는 동상이몽 경향이 심화된다는 견해가 대표적이다.
정부 지원 정책 측면에서도 사업 내용과 평가의 엇박자, 획일적인 사업 추진 방식 강조 등 현실 반영이 미흡한 부분이 있다. 이로 인해 대학의 자율적인 산학협력 토양을 조성하기보다는 정부 예산 지원이 수반되는 기간 동안만 산학협력에 신경 쓰는 타율적 문화가 만연하기도 한다. 즉, 대학이 정부 사업을 유치하면 예산이 수반되는 기간 동안에는 산학협력 연구개발이 다소 진전된 모습을 보이지만, 사업 종료 후에는 원 위치되는 경우가 많고 이를 산학연 구성원들조차 당연시 받아들인다.

대학 측면에서 장기적인 자체 발전전략과 실질적인 연관성은 고려하지 못하고 단기적 성과 위주의 사업을 수행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개발 보다는 교육(특성화 분야 인력 양성, 현장실습, 기업 지원, 캡스톤디자인 등)과 관련한 많은 업무를 수행하는 교수들에게도 평가를 위해 논문연구실적만 강조되는 등의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산학협력에 관심 있는 교수들은 다소 과장하자면, 봉사와 희생의 마음가짐으로 임하도록 강요받게 된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이러한 사업에 참여해서 고생하기 보다는 실적도 인정받고 인센티브도 얻을 수 있는 논문연구에 치중하여 산학연협력은 더욱 빈약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한다.

대학에서 산학협력 연구개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 선결되거나 변화해야 하는 많은 점들이 있다. 첫째,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대학의 성과 평가 관리에 획일성을 탈피해야 한다. 예를 들면, 노력과 비례하는 특허 수와 달리 현장실습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의 수, 가족회사를 희망하는 기업의 수에는 제약이 있다. 여기에 대학 간의 경쟁을 유도하는 것은 무리한 실적 쌓기로 전락할 수 있다. 산학협력의 전 분야를 평균적으로 잘하는 것을 지향하기 보다는 오히려 지역 대학들이 산학협력의 많은 활동 중에서 자기 대학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몇 분야에 한정하여 특성화를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로, 대학의 교육이 친산학협력 연구개발 환경으로 체계적인 변화를 하기 위해서 그 사업에 참여하여 봉사하는 교수들에 대한 파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교수의 마인드가 본질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대학에서의 어떠한 사업도 성공하기 어렵다. 셋째로, 대학에서 교수들이 보유한 기술은 즉시 사업화를 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기술이 아닌 것이 많기에 기술사업화 컨설팅을 활성화해서 잠재기술을 발굴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R&D와 인력 양성이 결합된 형태로 교수, 학부생, 대학원생 및 기업 인력이 참여하는 실험실기반 특성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학령인구의 감소 및 취업률 저하라는 위기상황 속에서 생존을 위해 대학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하고 성공적인 산업계와 협력을 위해서는 산학협력에 대한 접근방식의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김시범 국가과학기술심의회 기계소재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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