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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정책결정 과정부터 혁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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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반쯤 몸담은 한 친구가 사업하는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경제가 어렵다는 데 왜 그렇다고 생각해?" 그러자 "경제 현장을 모르는 아마추어들이 날뛰니 그렇지 무슨 이유가 있겠냐?"며 핏대를 올린다. 잘 아는 컴퓨터대여업체 사장은 20년래 최강한파가 왔다고 한다. 이게 현실이다. 이게 현장의 목소리이다.

정부가 이러한 바닥 경제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의아스럽다. 대한상의 회장을 100번 만나도, 시장의 경기흐름을 한 번 제대로 살펴보는 것만 못하다. 경제악화에 임하는 정부의 행동양식은 이전 정부와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주요 경제단체장을 만나고 대기업을 불러 놓고 투자를 독려한다. 그러면 대기업들은 할 말이 없으니 "규제 풀어달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
대기업 총수 어느 누군들 속마음을 드러내겠는가? 예컨대 "소득주도성장은 틀렸소"라고 직설할 수 없다. 그러니 맨날 우회적으로 "규제 풀어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남아있는 규제는 김대중 정부 이래 역대정부가 지난 20년간 풀려고 풀려고 했다가 이익집단 반발로 풀지 못한 어려운 규제뿐이다. 원격의료, 외국인 전용병원 등 서비스산업 규제, 개인정보보호 등 4차 산업 규제 등이 그것이다. 경기 북부지역에 대한 수도권 규제 완화도 그 중 하나다. 그렇다고 그것을 풀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기존 이익집단의 분쇄가 아닌가? 공론화 과정도 필요없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국민을 상대로 직접 필요성을 설득해 이익집단의 반발에 맞선다면 현재 남아 있는 고질적인 규제를 모두 풀 수 있다. 그러나 나는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이 규제를 풀지 않아서 온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제는 실험이 아니다. 경제는 생물이고 심리이다. 정부가 주는 시그널이 경제를 좌우한다. 현 정부가 주는 시그널은 대부분이 반시장적이다. 반시장적 시그널은 기업을 위축시킨다.
금융감독원장이 금리인상 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저소득층 통신비 부담을 명분으로 정부가 2만원대 상품을 직접 고안해 강제한다. 아파트 분양가에 상한제가 도입됐다. 하나같이 모두가 시장에, 그것도 시장가격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겠다는 강도 높은 반시장적 시그널이다. 규제완화가 필요한 이유는 그것이 당장의 즉각적인 효과가 있어서가 아니다. 시장에 주는 시그널이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반시장적 정책이 남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사결정시스템에 오류가 있는 것은 아닐까. 비슷한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반대자의 의견을 용인하지 않는 집단사고(Group Think)가 경제팀에 지배적인 것은 아닐까.

'기준배합의 왜곡'도 보인다. 제대로 고려해야 할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엉뚱한 변수를 갖다가 의사결정을 합리화 하는 행태다. 지난 번 소득하위 20% 소득감소와 관련해 청와대가 90%는 나아졌다고 주장한 것이 배합기준의 왜곡이 실재한다는 증거다.
관료들 사이에서는 '방어적 회피'가 만연해 있다. 정책에 대해 이견이 있다 하더라도 발언하지 않는다. 정부의 큰 그림을 손상시키다가 '영혼 없는 공직자'로 낙인 찍힐 것이기 때문이다. 공정하게 말한다면 이 현상은 현 정부하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권위주의적 대통령제가 유지되는 한 관료들은 '방어적 회피'에 몰입하게 돼 있다.

정부가 혁신성장본부를 만들어 혁신성장에 올인한다고 한다. 본부가 만들어진다고 혁신성장을 할 수 있을까. 현재의 의사결정시스템에 내재한 집단사고, 기준배합, 방어적 회피의 오류를 해소하지 않고는 절대로 진짜 혁신방안을 마련할 수 없다고 믿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후 가진 방송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1년 후 내가 잘못 생각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고. 의사결정의 혁신은 아마도 이러한 가능성, 즉 나의 판단이 잘못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데서 시작되지 않을까. 실험을 하면서 마치 신(神)의 손을 갖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 말라는 것이다.

강영철 한양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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