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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댓글조작, 진단도 치료법도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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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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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댓글이 여론이다.' 드루킹은 이 나라가 작동되는 시스템을 잘 알았던 것 같다. 인터넷에서 여론을 형성하고 주도함으로써 대통령도 만들고 정치적 거래도 하고 정책결정 과정에 개입할 수도 있다고 믿었다. 물론 수사를 통해 진실이 무엇인지 더 밝혀져야 하지만, 최소한 수사과정에서 제기된 혐의만 보면 인터넷 댓글은 우리 사회에서 엄청난 영향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드루킹뿐만 아니라 대부분 그렇게 생각한다.

인터넷에서 댓글을 쓰는 사람은 소수의 적극적인 참여자다. 조사를 해보면 대체로 인터넷 이용자의 1% 미만으로 나타난다. 극소수의 의견이 여론으로 받아들여지는 셈이다. 인간은 혼자 고립될 것을 두려워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항상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살핀다. 다수의 의견이 내 의견과 같을 때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침묵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침묵의 나선 이론이라 한다. 인터넷 댓글이 소수 의견이더라도 마치 여론인 것처럼 둔갑하는 이유다.
드루킹 사건의 핵심은 인터넷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이라고 한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민주당원 드루킹보다 인터넷 뉴스 댓글이 더 주목받고 있다. 여론조작을 시도한 드루킹보다 이를 방치한 포털사업자가 더 문제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에서는 인터넷 댓글조작 금지나 사주교사범 처벌, 기술적 조치 의무화 등 포털사업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법률안이 논의되고 있다. 인터넷 댓글을 게시할 수 있는 횟수 제한ㆍ실명제를 넘어 댓글을 아예 폐지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포털사업자의 뉴스 공급 방법을 인링크에서 아웃링크로 전환하자는 안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 댓글이 여론을 호도하거나 왜곡할 여지가 있으므로 가급적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다. 여론 형성이 이루어지는 공론장이 얼마나 공정하게 운용되는지는 그 나라의 민주주의 수준과 매우 밀접하기 때문이다. 건전한 공론장 없이는 민주주의도 불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포털사업자는 이번 사건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철저히 파악하고, 기술적 조치나 이용자 의견 수렴 등 댓글 정책을 전면 보완해야 할 것이다. 포털사업자가 평상시 이용자를 위한 정책을 고민하지 않고 사건이 터질 때마나 그제서야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인터넷 댓글조작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제시되는 방안 중에는 부적절한 것도 적지않다. 댓글이 문제이니 댓글을 폐지하자는 방안만 해도 그렇다. 미디어 기술발전으로 시민의 정치적 참여가 확대되었는데 그러한 수단을 아예 없애자는 의미이다. 1970년대 등장한 침묵의 나선 이론에서 여론조작의 주체는 전통적인 미디어였다. 신문이 여론을 조작하거나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신문을 없애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인터넷 댓글 실명제도 이미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렸고 익명 표현의 자유도 보장돼야 한다. 국회에서 제시되는 아웃링크 법률안도 인터넷 댓글조작의 직접적인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포털사이트 안에서 뉴스를 이용하지 않고 뉴스를 클릭해서 언론사 사이트에서 기사를 소비하는 아웃링크제를 도입하면 뉴스댓글 조작이 완전히 사라질지 의문이다.
인터넷 댓글이 여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더 분석해봐야 한다. 기존 연구를 보면 여론의 향방을 가늠하거나 지각하는 데 댓글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어도 개인의 의견을 바꾸거나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데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 댓글조작 사건에서 가장 민감한 사람은 오히려 정치인이다. 정치인이 여론을 너무도 간편하게 인터넷 댓글에서 살피거나 활용하려고 하지 않았는지 돌아보았으면 한다. 기자도 기사를 작성할 때 주요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는다는 조사가 있다. 댓글은 댓글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사에 딸린 글이다. 잘못된 댓글을 여론으로 확대 재생산한 주체가 누구였는지 반성할 대목이다. 여론은 현장에 있는 것이다. 인터넷 댓글이 여론이 아니라 '민심이 여론이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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